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각 계파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나뉘는 것 같지만, 실상 그 정치인을 밀고 끌어내리는 건 친여 정치유튜버들이다. 유튜버가 나서서 특정 정치인의 좌표를 찍으면 지지자들이 몰려가 그를 비판하는 구조다.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김민석 국무총리를 연달아서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공소취소 거래설’이 제기되며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지지자들이 갈리면 여기에 정치인들도 편승하기 마련이다. 이런 여권 내부의 균열은 ‘뉴이재명’ 현상을 거쳐 결국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으로까지 번졌다. 유 작가는 ABC론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해 B(정치적 이익 추구)집단은 일반 지지자가 아닌 특정 정치인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재래식 언론이 띄워주는 정치인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 방송에서 말했다.
그가 말한 재래식 언론은 유튜브를 제외한 레거시 미디어를 지칭한다. 그의 발언은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자신이 B그룹으로 지칭한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거시 미디어가 특정 정치인을 띄워주기 전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튜브 권력의 위험성을 지적한 정치인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55·초선·서울 종로구) 민주당 의원이다. 그의 지난해 9월 페이스북 발언을 보자.
“어느 유튜브 권력은 벌써 내년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에 이미 ‘낙점한 후보자’를 고정적으로 출연시키거나 특별 편성으로 출연시키는 방법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중략) 유튜브 권력이 선택한 후보가 출마할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곧 ‘여론조사’가 실시될 수도 있고, 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유튜브 권력은 자신이 속한 ‘진보 진영’ ‘보수 진영’에 있는 정당의 공천에 개입하여 자신이 낙점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공천하려고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지만, 버젓이 자행되어 온 정치행위입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곽 의원은 유튜브에 출연해 표를 구걸하는 정치 행위를 다시 한번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상왕(上王)’이자 ‘충정로 대통령’으로 통하는 김어준씨를 ‘제정일치’를 하는 제사장 혹은 교주에 빗대며, 이미 사회적·정치적 해악이 됐다고 봤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소위 ‘뜨기’ 위해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공천과 표를 ‘구걸’하는 작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사실 김어준씨 등의 여권 내 영향력을 생각하면 초선 의원의 이런 발언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없다. 그의 비판은 당 대표를 향해서도 무디지 않았다. 곽 의원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목마를 때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입맛에 맞게만 소비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ABC론으로 도마 위에 오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스스로 작가라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당과 지지층에게 ‘지시’를 하는, 김씨와 같은 ‘커튼 뒤의 정치권력’이라고 봤다.
- 본지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누가 나한테 한 번 싫은 소리 했다고 평생 원수 할 이유는 없다. 나는 편견이 없다. 재미있는 건 (민주당 내) 다른 분들이 주간조선 등 조선미디어그룹에 인터뷰를 하거나 출연하면 주변에서 별 얘기 안 하는데, 내가 나가면 유독 뭐라고 하더라.(웃음)”
-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김어준씨 방송 출연 요청을 두어 번 거절하니까 더 이상 초대를 하지 않더라.(웃음) 일정도 맞지 않았고 ‘문제의식’을 느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에 실제 지금 불거진 모든 쟁점들이 망라돼 있다. 당시 특정 유튜브 정치 채널을 두고 ‘유튜브 권력’이라고 표현했다.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어떤 채널들인지, 실제 영향력하에서 정치 세력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다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그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정치적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그 영향에 편승하는 게 선거에 당선되고 정치 행위를 하기에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 세력에 저항하거나 밉보이게 되면 정치 활동에 제약이 걸리거나 추후 정치적 지위를 획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다들 알면서도 감히 언급을 못했던 것이다.”
- 최근 김어준 유튜브에서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일찌감치 문제를 제기했다. “작년에 처음 지적을 하면서 두 가지 정치적 반향이 왔다. 하나는 내 의견에 동조하는 반향이었고, 또 다른 반향은 의견을 묵살하기 위해 그들이 기존에 해 오던 방식대로 ‘마타도어’를 하든지 ‘흑색선전’을 하든지 아니면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팩트’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다투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어떤 목적을 의도하거나 혹은 어떤 직위를 얻기 위해 부정하거나 잘못된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당장 좋게 보일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국가적 정치 발전에 장애가 되고 국민적 실제 이익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다.”
- 일명 ‘사이버 렉카’와 ‘음모론’을 지적하는 것인가. “이번에 공소취소 거래설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법과 제도 안에 있는 보통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보도로 인해 많은 사회적인 영향을 끼쳤을 경우 최소한 어디까지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정리를 했을 것이다. 언론의 핵심적인 기능은 사실 여부를 최소한 검증한다는 것이고, 최대한 검증하는 언론이 신뢰를 받는다. (김어준 유튜브에서) ‘우리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는 훌륭한 언론이다’는 취지로 대놓고 선언하는 모습을 많은 국민이 목도했고 나 역시 많이 놀랐다. 이 말은 실제로 언론이 아니지만 강력한 국민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언론으로서의 이익은 다 취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 그러한 영향력을 토대로 선거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유튜브일수록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서 방송을 하고 이를 통해 득세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 6·3 지방선거 앞두고 개입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유튜브 권력은 소위 진영 방송을 표방하고 진영 안에서만 영향을 미친다. 서로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교차해서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그들은 이 점을 이용해 진영 내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채널에 출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그래서 시키는 대로 큰절도 하나. “난 아니다.(웃음) 얼마 전에도 국민의힘 쪽을 대변한다고 하는 전한길씨가 장동혁 당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의원 106명과 함께 ‘절윤’한다면 장 대표를 지지할 수 없다’면서 입장 표명을 요구했는데 이런 협박이 통하더라. 정치인으로서 슬픈 일이고 정치 현실로서는 옳지도 않고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이다. 차라리 전씨가 국민의힘 대표로 나서서 통치를 하든가.”
“유튜브 권력에
머리 조아려
정치할 생각 없다”
곽 의원은 이른바 ‘유튜브 권력’의 ‘신(神)격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지난해 9월 페이스북 글을 비롯해 곽 의원은 여러 차례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 “정교(政敎)는 분리되며, 종교(宗敎)는 정치(政治)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지금 유튜브 권력은 ‘민주주의’ ‘진보’ ‘보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신격화를 시도하고 있고 ‘종교적 권위’에 근접하고 있다” “국가의 정치적 행위가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사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격분하고 모욕하고 적대하는 것, 그것도 마치 자신들의 말과 인식이 사실이며 진리인 것처럼 떠드는 그 방종한 모습은 바로 유튜브 방송이 이미 ‘유튜브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나는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 등의 직설을 퍼부은 바 있다.
- 페이스북에서 유튜브 권력과 정치인의 관계를 정교분리라는 표현을 써서 비판했다. “정교분리는 이미 12년 전에도 게시한 글이다. 북한의 체제가 지금처럼 유지돼 온 건 장기간에 걸쳐 정치가 종교화됐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보면 조선이 멸망하고 대한제국 시대와 일제강점기 이후 곧바로 지금의 북한 체제를 맞았다. 달리 말하면 조선에서 왕을 모시고, 일제강점기에 일본 천황을 모시다가, 광복 직후 김일성 수령을 모신 것이다. 세 가지 공통점은 왕을 신처럼 모시면서 정교 체제화됐다는 것이다. 사람만 바뀌었고 실제 체제는 같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종교라는 것은 신앙이고 믿음의 차원이기 때문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강요하는 세태와 종교적 색채가 강해진 세상은 굉장히 공격적이게 되고, 그러한 정치적 현상을 이용하는 사람이 권력을 잡고 득세하게 된다. 최근의 정치 성향을 보면 작은 차이도 허용하지 않는 극단주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고하는 의미다.”
- 팬덤 정치를 지적하는 것인가. “팬심은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는데, 선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 성향을 강요하거나 공격성을 띠는 팬덤 정치가 옳지 않은 것이다. 어떤 정권을 막론하고 확증편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특정 유튜브 채널은 정치권에 들어온 정치 세력이 아니면서 실제로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상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나 보다. “벌거벗은 임금님들은 본인만 모른다. ‘상왕’이라고 굳이 말을 하든 말든 존재한다.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선거에 개입하고 후보 공천에도 사실상 개입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장동혁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지지율 꼴찌 후보였는데, 특정 우파 정치 유튜버가 ‘이 사람 찍어 달라’고 말하는 순간 바로 1등이 됐다. 작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인데 이는 옳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을 볼모로 삼아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몇몇 정치인들과, 정치권 밖에서 정치를 지배하는 ‘사실상 지배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항상 ‘커튼 뒤의 권력’은 신격화되고 음습하기 마련이다. 음습한 권력은 ‘곰팡이’가 피듯이 부패하기 마련이다. 단지 곰팡이가 어떤 모습으로 피는지만 달라질 뿐이다.”
- 결국 구조는 같다는 말인데 해결책은. “병에 걸린 사람이 낫기 위해서는 일단 아프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아니야, 나 아프지 않아. 지금 이게 정상이야. 이것이 우리의 행복을 유지하는 길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결별하고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실 자각이 안 된 상태에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장애물들도 많다.”
“유시민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맡고
재단 어떻게 변했는지 봐라”
곽 의원은 올 초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격 발표한 조국혁신당 합당 추진에 대해 공개 비판하며 반대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흡사 1990년 1월 당시 노무현 의원이 이른바 ‘3당 합당’에 대해 “이의 있습니다”라면서 반대토론을 주장한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현재 곽 의원의 지역구인 ‘정치1번지’ 서울 종로구는 그의 장인인 고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국회의원 시절 맡았던 지역구이기도 하다. 곽 의원은 “당시 3당 합당 결정에 반했던 자들은 모두 비난과 정치적 불이익을 받고 고난을 겪었다”면서 “정치적 명분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합당은 특정 정치 유튜브 그늘에 복속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 당시 최초의 진원지가 그 특정 정치 유튜브였다. 합당 논의를 당내가 아닌 거기서 했다는 것이고, 당시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가 출연해 왜 합당을 해야 하는지 공개적으로 얘기했다는 게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합당을 해야지만 선거에서 더 유리하다는 등의 언급을 했는데, 정작 자신들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유 작가는 본인을 정치권을 떠난 작가라고 불러달라고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지시’를 한다. ‘국민들이여, 내 말을 따르라’ 이런 거다. 그러다가 불리한 국면이 전개되면 꼭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맡았는데. “유 작가는 정치적 영향을 계속 끼치고 있다. 작가 호칭을 원하면 책만 쓰면서 직업에 맞게 활동하시라. 참여정부 때 장관을 지낸 유 작가가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死後)자서전 집필 책임을 맡았는데 자서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유 작가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후부터 재단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보면, 그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 혹은 그가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 재단이 어떻게 변모했나. “처음 재단 설립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난 변호사로서 법률적 조언 등 도움을 드린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됐나. 재단 이름은 노무현이지만, 온라인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누구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가. 주변에서 ‘노무현재단 채널에 들어가면 노무현과 관계없는 것만 많다’는 말씀을 하더라. 명분은 노무현인데 실질은 무엇인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단면이다.”
- 최근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으로 ‘갈라치기’ 논란이 불거졌는데. “그는 자신을 많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사람(A), 타인을 이익만 추구하는 저급한 사람들(B)로 표현했다. 가치가 이익보다 훨씬 더 우월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앞서 유 작가는 정치적 이익과 선거의 이익을 위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해야 한다고 정반대로 얘기했다. 선거를 잘 치르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대권을 밀어주는 개인적 이익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따로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는데, 이렇게 합당하면 비례대표를 이중으로 얻는 것이고 그럼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런 정치적 명분이 없는 행위가 어디 있나.”
- 상황에 끼워 맞추다 보니까 자기모순이 발생하는 것인가. “자신의 말을 듣는 많은 정치적 신도들에게 본인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치의 종교화 현상 같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논두렁 시계’ 언급은
고인을 추모한다면서
모욕하는 행위다”
-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원래 사람은 배고플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신다. (정청래 대표 등) 목마른 사람들이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 특히 어르신의 죽음을 소환할 수는 있고 마음이 어떨지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그분들은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죽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그동안 그렇게 소비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태도를 바꾸려는 계기가 없는 한 다른 방식으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그렇게 이용당할 이유가 없고, 특히 최근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검찰 권력의 희생자로만 가둬둘 이유가 전혀 없는 분이다. 본인들의 희생은 아무것도 없이 국민들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지적한 것뿐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것이 아닌, 실제 자기 입맛에 맞게 소비하는 것이고 일종의 모욕이자 조롱이다.”
- ‘논두렁 시계’도 또 언급됐는데. “자신(정 대표)이 어르신(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면서 모욕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어떤 여인이 누군가의 잘못된 행위로 화상을 입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맨날 ‘저렇게 화상을 입고 일그러진 얼굴을 보십시오’라면서 화상 자국 이야기만 한다. 과연 그 여인을 위하는 행위인가. 그런 행동들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정치인의 기본적인 예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권양숙 여사는 어떤 말씀이 있었나. “(권 여사에게 정 대표의 예방에 대해) 안 여쭤봤다. 그래도 사람이 찾아왔는데 반겨주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다. 내가 (당에) 정상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뜨끔하고 고쳐야 하는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할 요량으로 ‘곽상언이 헛소리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노무현 사위’라는 꼬리표에 대해선.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혹은 퇴임 후에 어르신의 이름을 팔아 어떤 이득을 보기라도 했나. 아무것도 안 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이름을 팔아서 뻔뻔하게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이익으로 쓰려면 노 전 대통령은 죽어 있고 화석화돼 있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나고 깨어나면, 그들은 더 활동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상징적으로 내가 노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활동하는 걸 원치 않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도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원내에 입성한 이유도 마음 한편에 있다.”
- 곽상언이 생각하는 ‘노무현의 정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진짜 추모하고 기린다면 굳이 참배하지 않아도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했던 정치 행위를 지금 현실 정치에서 펼치면 된다. 노 전 대통령이 했던 많은 정치 행위가 100% 옳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사회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 공동선을 위해 가치 지향적이고 사욕이 없는 정치를 추구했다고 본다. 어르신은 정치적 선택을 할 때마다 명분에 충실했고, 이익이 있는 경우 오히려 스스로에게 불리한 선택을 해야 바른 정치적 선택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 안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정치는 ‘흔적’만 남아있는 정도다. 극단화된 팬덤 정치가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위축돼서 그럴 수도 있다. 대의에 맞는 정치가 요즘 현실에서 실현되도록, ‘노무현의 정신’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 앞으로 어떤 소신으로 정치를 하고 싶나. “정치적 선택을 할 때마다 보다 더 대의명분에 충실하면서, 개인과 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결정해야 한다. 최근 당론으로 추진한 ‘법왜곡죄’에 나는 이의를 제기하고 공개 반대 표결했다. 처음에 설계한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짜 법왜곡죄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헌성 논란을 떠나 국가적·국민적 ‘해악’을 끼치는 입법이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매우 우려하고 있다. 내가 만약 국회의원이 아니라면 이러한 반대 표결도 못 한다. 대의에 맞는 바른 정치를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노력해 본분을 다하겠다. 달이 찰 때도 있고 기울 때도 있는 것처럼, 지금은 줄어들었지만 다시 펼쳐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