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월 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손사래 치고 있다. photo 뉴스1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의 보좌진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제22대 총선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구을 당내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응답자로 하여금 나이를 속이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당시 경선에서 이 전 의원은 하태경 전 의원을 0.71%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앞서서 최종후보가 됐으나 본선에서 패했다. 하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고, 중앙선거관리원회는 보좌진 6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나는 (여론조사 조작을) 몰랐다”고 부인하면서 고발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힘 내부에서는 “6명이나 피소가 됐는데 보좌진이 한 일을 후보자가 모를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캠프 핵심관계자 2名 벌금형

지난 1월 8일 주간조선이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11월 27일 지난 총선 당시 이 후보자 캠프에서 활동한 A씨와 B씨에게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2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연령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권유·유도한 것”이라며 “정당 내 민주주의를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고 당내 경선 제도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훼손했으며, 나아가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킨 결과가 초래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이 각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이들이 지지한 후보자와 피고인들 사이에 지시나 사전모의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당내 경선은 연령별 표본 조사비율이 없기 때문에 연령을 거짓으로 대답하는 것이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정들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양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2025년 4월 22일 이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B씨는 상고 포기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A씨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2일 이를 기각 판결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중·성동구을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2024년 3월 7~8일 1차 경선 및 10~11일 2차 경선을 진행할 당시, 이 전 의원의 지지자를 비롯한 선거구민 등 420여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이혜훈♥사랑’에 여론조사에서 연령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권유·유도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총 9회에 걸쳐 게시했다. “당원경선은 전 당원 참여이기 때문에 해당이 안 되겠지만 일반경선은 연령대별로 일정수의 표본을 추출해서 실시됩니다. (중략) 50대 이상은 응답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사실대로 말하면 표본수가 다 차 참여할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60대지만 과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30대라고 하고 조사에 참여합니다.ㅎㅎ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메시지다. A씨 역시 이 전 의원의 지지자를 비롯한 선거구민 등 114명이 참여한 다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지금 들어온 정보입니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마감됐다 합니다. 30, 40대라 하시면 아직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합니다. 참고들 하시지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게시했다.

“직접 지시 안 해도 모를 리 없어”

정치권에 따르면 A씨는 해당 지역구 인사로 2024년 총선 당시 이 전 의원 캠프에서 온라인미디어 지원을, 국민의힘에서 지역 당협위원장을 지낸 B씨는 캠프 자문으로 사실상 총괄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A씨와 B씨 모두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이자 핵심 관계자”라고 전했다. 당시 국민의힘 경선은 일반여론조사 80%, 당원여론조사 20% 비율로 치러졌는데 일반여론조사에서 연령별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서울 중·성동구을 지역구의 경우 40대 이하가 15%, 50대 이상이 85%로 특정 세대에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의원 측이 불법적인 일반여론조사 응답자 연령 조작을 통해 더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구을 경선은 당시 현역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3선), 이혜훈 전 의원(서울 서초구갑·3선),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3자 구도로 치러졌다. 1차 경선 여론조사에서 하 의원 46.01%, 이 전 의원 29.71%, 이 전 장관 25.9% 순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의 탈락 이후 양자 간 최종 경선에서 하 의원은 50.87%, 이 전 의원은 49.13%를 얻었다. 여기서 이 전 의원은 여성 가산점 5%를 적용한 최종 51.58% 득표율로 하 의원을 0.71%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제치고 최종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이는 일반여론조사 기준 약 3표 차에 불과한 수준이다. 해당 지역구에서 이 전 의원은 현역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성동구을·재선)과 접전 끝에 2770표 차로 결국 패배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일자 당시 하 의원은 경선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여론조사 원본 파일을 요청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서울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이 전 의원 측 관계자 6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관위는 기존 결정을 유지했고, 하 의원도 결정을 수용했다.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A씨와 B씨 두 명만 검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이번에 벌금형이 확정됐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자신이 지시하거나 관여한 일이 아니라고 일축했고, 여심위 고발로 진행된 경찰의 수사 역시 압수수색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 없이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 등 소극적 수사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 캠프 특성상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수시 보고와 지시가 긴밀히 이뤄지는 만큼 후보자가 캠프 업무에 깊게 관여한다는 게 정설이다. 한 전직 의원은 “설사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 직접 세세히 지침을 내리진 않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모를 수 없다”면서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도 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하태경 전 의원(현 보험연수원장)은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이 전 의원 측 판결을 두고 “당시 경선에 문제가 있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며 “과거 일이라도 불공정 시비로 문제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을 막는 게 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야가 1월 19일에 여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어떤 조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현 당대표)은 해당 의혹을 두고 “누가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위반한 사람이 만약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된다면 후보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위반자와 후보자 간 공모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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