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국회의원. 오늘날엔 그리 낯설지 않은 수식어다. 유튜브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은 영상이 여론을 움직이고, 실시간 방송의 댓글 창이 정치 판세를 뒤집는 시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치인이 유튜브라는 거대한 무대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지난 11월 19일 주간조선이 여야 현역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운영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유튜브를 개설하지 않은 의원은 298명 중 단 ‘9명’뿐이었다. 사실상 국회의원 대다수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셈.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 8명은 아직 유튜브 채널을 개설조차 하지 않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의원이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등 ‘유튜브 정치’에서도 여대야소 구도가 확연했다.
여야 간 평균 구독자수 격차도 뚜렷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 구독자수는 약 3만6900여명으로, 국민의힘(약 1만5800여명)의 2배를 웃돌았다. 이는 전체 구독자 1위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병주·박선원 등 일부 의원들의 압도적인 구독자수가 평균치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보인다.
구독자수 1위 ‘정청래’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여야 국회의원 289명 가운데 구독자수 상위 10위도 대부분 범여권 의원들이 차지했다. 1위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정청래 TV떴다!’로, 구독자수가 거의 70만명에 달했다. 2위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주블리 김병주’(51만6000명), 3위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의 ‘박선원TV’(50만8000명)가 차지했다.
이 밖에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박주민TV’는 구독자 37만4000명으로 5위, 민주당 현역 의원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김민석TV’도 구독자 36만1000명으로 6위에 랭크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있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추미애TV’도 구독자 31만2000명으로 8위에 올랐다.
반면 10위권 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진우 의원과 유용원 의원 단 2명에 그쳤다. 주진우 의원의 ‘주진우의 이슈해설’이 구독자 34만5000명으로 7위,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출신의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유용원TV’가 구독자 26만1000명으로 9위에 올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 출신인 같은 당 안철수 의원(20만7000명)이나 장동혁 대표(4만8400명), 송언석 원내대표(2040명)보다도 월등히 많은 구독자수를 자랑했다.
제3당 출신 정치인들도 유튜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용혜인’ 채널을 운영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구독자 37만9000명으로 전체 4위에 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이준석’은 20만8000명으로 전체 11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의원인 박은정 의원의 ‘박은정TV’도 19만2000명으로 14위에 랭크됐다. 특히 검찰 출신 초선 비례대표인 박은정 의원은 7만68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같은 당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보다 구독자수가 많았다.
실버버튼 받은 野의원, 5명뿐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수 10만명을 돌파하면 유튜브 본사는 해당 유튜버에게 ‘실버버튼’이라는 은색 금속 재질의 트로피를 수여한다. 실버버튼은 단순 기념품을 넘어 채널이 일정 궤도에 올랐음을 상징하는 보증수표와도 같다.
주간조선이 분석한 결과 실버버튼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총 22명으로 확인됐다. 그중에는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의 ‘우원식TV’(13만8000명)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나경원TV’(13만명),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최민희TV’(12만1000명),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강선우’(10만4000명) 등이 비교적 최근에 실버버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은 지난 9월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슈”란 말과 함께 실버버튼 획득 기념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실버버튼을 받은 국회의원 22명 중 국민의힘 소속은 총 5명(주진우, 유용원, 안철수, 조정훈, 나경원 순)에 그쳤다. 평균 구독자수도 야당이 여당보다 2만명가량 뒤처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유튜브 ‘여대야소’는 단순히 여당이 의석수가 많기 때문에 생긴 현상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유튜브에서 여당이 우세를 보이는 이유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벌였던 게 민주당 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기존 언론이나 방송뿐 아니라 개인 미디어를 구축하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나 ‘매불쇼’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파급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독자수 전체 3위를 기록한 박선원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채널 성장 요인에 대해 “박 의원이 2024년 7월부터 비상계엄을 예고하거나 필리버스터를 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그러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여파가 크지 않았을까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유튜브 데이터 분석 사이트를 통해 구독자수 추이를 살펴본 결과, 구독자수 상위 2~3위를 차지한 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의 채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육군 대장 출신(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김병주 의원의 채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21만3000명이었던 구독자수가 12월 14일 35만5000명으로 증가했고, 지난 3월 3일에는 50만명을 돌파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 의원 역시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12일 9만5000명이던 구독자수가 하루 만에 24만5000명으로 오르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박선원 의원은 주간조선에 “유튜브는 단순한 홍보 도구가 아니라 진실을 직접 전달하는 방어선”이라며 “채널을 통해 12·3 내란 개입을 사실 기반으로 분석하며 국민께 가짜뉴스 판별 기준을 익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228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친여성향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해 12월 13일 김병주·박선원 의원이 동반출연했을 때 “박선원TV 구독 부탁드린다”며 “당장 30만 만들어야겠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두 의원은 ‘뉴스공장’에 무려 8차례나 동반 출연했고, 김병주 의원은 지난 6월 20일 방송에서 “많이 구독해 주세요”라며 직접 자신의 채널을 홍보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는 여전히 유튜브 운영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아직 유튜브를 개설하지 않은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에는 영남권 지역구 의원이 많아 전국적 인지도를 쌓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유튜브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상임위 활동을 하다 보면 타 채널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의원 본인도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제대로 하는 분들은 손에 꼽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주간조선이 유튜브 채널이 없는 한 영남권 초선 의원실에 문의한 결과 “의원님과 유튜브 개설에 대해 논의한 적도, 향후 운영 계획도 없다”고 답변했다.
의원실이 곧 ‘편집실’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키우기’에 열을 올리면서 의원실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면서다. 의원실에는 보좌진이 통상 9명가량 근무하는데, 일부는 유튜브 제작에만3~4명의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비서관 채용 시 ‘편집 능력’을 우대 조건으로 내세우는 의원실도 있었다. 11월 14일 마감된 모 의원실의 인턴 비서관 채용 공고에는 ‘이미지·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활용 가능자’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 등 SNS 활용 능력자’가 우대 사항으로 명시돼 있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비서관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편집하고 있다”며 “처음엔 다들 유튜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지만,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끼고 유튜브를 보면서 편집 프로그램을 익혀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마다 나름의 ‘콘텐츠 전략’도 있다. 특히 국회의원 유튜브는 당 차원의 전략보다는 의원 개인의 의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자의 색깔과 강점을 살린 채널일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구독자수 1위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해 4월 채널 개설 이후 의원 본인이 직접 출연해 현안을 설명하는 ‘자체 제작 콘텐츠’가 주요 흥행요인으로 풀이된다.
주진우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이 법조인 출신이라 법리적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며 “주제 선정과 대본 작성도 직접 주도해 전달력이 높다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 역시 주간조선에 “최근 유튜브에 올린 ‘부동산 을사오적’ ‘부동산 일타강사’ 콘텐츠는 국민의 댓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것”이라며 “‘1분 정책’ 쇼트폼과 ‘이슈 해설’ 롱폼을 병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실시간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독자수 2위인 유용원 의원도 군사전문기자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자극적인 정치 발언을 지양하고, 국방 밀리터리 분야의 전문성에 충실한 채널을 운영하려 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각’ 잡는 정치인?
유튜브를 유권자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반대로 단순 홍보나 인지도 확산의 수단으로만 이용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월 15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 사건에 대한 기록을 확인하겠다’며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를 실시한 뒤, 법원행정처장실 인근 조각 기념물 앞에서 영상을 촬영해 구독자 31만2000명을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추미애TV’에 17초짜리 쇼츠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추 위원장의 정치후원금 계좌도 함께 노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유튜브를 겨냥한 의정활동과 별반 관계없는 퍼포먼스도 부쩍 잦아졌다. 의원들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국정감사는 팽개치고, 쇼츠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른바 ‘유튜브 각’을 잡는 데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13일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비례)은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도발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이미지를 들어 보였다.
해당 장면은 곧바로 재편집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최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도 ‘조요토미 희대요시(남편이 계열사 사장)’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시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회가 애들 놀이터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소위 ‘사고를 쳐서’ 언론에 노출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며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매체의 특성을 따라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인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치인의 성향이나 목표에 따라 오히려 일반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강성 지지층만을 겨냥한 발언이나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