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8월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중대재해 예방 포인트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올해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DL건설 등 3개 건설사에서 공사가 일시 중단된 현장이 248곳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공사 현장까지 안전 점검 등의 이유로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공사 일시 중단의 여파로 이들 3개 건설사는 유휴 인건비, 장비 대여비 등으로 최소 3933억원의 경제적 부담을 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정부 제재 등으로 인한 비용은 제외한 액수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실이 3개 건설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4건의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서는 103곳 건설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작업 중단 93일), 김해신문지구 공동주택 현장(43일), 함양~창녕고속도로 10공구(36일), 대구 사일동 주상복합 건설 현장(32일)을 포함해 103개 공사 현장의 작업 중단 기간은 평균 27.9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에선 지난 4일과 9일 두 차례 건설 현장에서 중대 재해가 벌어지면서 공사 현장 105곳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대우건설에서의 평균 중단 일수는 4.7일이었다. 지난달 8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중대 재해 사고가 났던 DL건설도 그 여파로 40곳의 공사를 중단했다. 이 공사 현장들은 평균적으로 8.5일간 멈췄다.

◇공사 멈출 때마다 일용직 노동자 생계 위협

윤재옥 의원실은 “건설사들이 사고가 발생한 곳뿐만 아니라 나머지 공사까지 대거 중단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산재(産災)와의 전쟁’ 선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가 발생할 때마다 “미필적 고의 살인”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치의 조치”를 언급했다.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는 입찰 자격 영구 박탈, 금융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면허 취소를 포함한 고강도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면허 취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사망자 32명을 낸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할 만큼 초강력 제재다. 한 건설업체 간부는 “요즘 공사 현장에서는 정작 일(공사)은 안 돌아가고, 안전 점검한다고 쫓아다니거나 현장 감독 나오신 분들 응대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3개 건설사의 공사 중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규모는 포스코이앤씨 2만1297명, 대우건설 1만9963명, DL건설 8028명 등으로 총 4만928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영세 협력업체와 일용직 건설 노동자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에 대한 생계 대책은 뚜렷하게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윤재옥 의원은 “건설 현장에서 더 이상 중대 재해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처벌·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