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인성

국내 3대 가스 공(公)기업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직장 내 폭행, 성희롱, 음주 운전이 적발되어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가스 관련 공기업에 대충 뭉개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면서 “공기업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이 입수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가스공사 직원 A씨는 후배 직원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얼굴을 가격하고, 뒤이어 발로 배까지 걷어찼다. 폭행당한 직원은 뇌진탕으로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초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서 중징계인 정직 처분 요구를 받았지만, 징계 수위는 최종 심의에서 경징계인 감봉 3개월로 낮춰졌다. 가해자인 A씨는 당해연도에 1400만원가량의 성과급까지 지급받았다.

가스안전공사 간부 B씨는 2023년 6월 같은 부서 후배 여직원을 상대로 “같이 잘래?” “남자친구랑 스킨십했나?” “어디 나도 만져볼까”면서 성적 발언을 수차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업무(점심) 시간에 사무실에서 성적 언동을 했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성희롱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B씨는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고 마찬가지로 63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챙겼다.

가스안전공사에서는 음주운전을 직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5월 가스안전공사 직원 C씨는 회식 자리 이후 만취한 상태에서 64㎞의 장거리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자체 감사에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다른 부서 직원 3명이 거듭 음주운전을 만류했음에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당연히 대리운전으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제가 운전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공사 측은 경징계인 감봉 처분을 내렸고, C씨는 당해연도 성과평가에서 A등급을 받고 580만 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선 간부 D씨가 2023년 8월 술자리에서 몸싸움 끝에 동료 직원의 턱을 가격해서 이를 부러뜨렸다. 자체 조사에서도 “급소에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는 점에서 폭행의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D씨에게 내려진 처분은 감봉 2개월의 경징계였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뉴스1

구자근 의원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사 직원들이 심각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성과급까지 챙겨주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성과급 지급 체계 개선 등 철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