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농업용 전기 부정 사용으로 적발된 사례가 5249건에 달하는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다른 전기값의 절반 수준인 값싼 농업용 전기선을 끌어다가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전력량계를 훼손·조작하는 수법의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전이 돌려받는 위약금은 175억원이지만, 적발하지 못한 전기도둑(盜電)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전기 위약 적발 건수는 2020년 1161건, 2021년 1246건, 2022년 1352건, 2023년 760건, 2024년 730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000건 이상 무단으로 농업용 전기를 끌어다 쓰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농업용 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82.12원으로 주택용 156.91원, 산업용 168.17원과 비교하면 50%가량 저렴하다. 구체적으로 전기도둑 사례만 놓고 봐도 지난 5년간 275건에 이른다.
농업용 전기의 무단 사용이 적발된 경우 한전에서 위약금을 청구하는데, 이 규모는 2020년 25억8100만원, 2021년 58억1800만원, 2022년 47억8200만원, 2023년 33억8600만원, 2024년 10억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내부 제보가 있거나 전기 사용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가 아니면 전기도둑을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 측은 “강제 조사 권한이 없다 보니, 의심되는 현장에서도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은 농업용 전기 무단 사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런 사례를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상대 측이 불응해서 소송으로 번지면 한전 피해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농업용 전기 무단 사용으로 인한 소송은 25건으로 집계됐다. 위약금 청구 건으로 2심·3심까지 재판이 이어진다면 소송 비용이 별도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한전의 총부채는 2020년 132조5000억원가량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약 205조2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구자근 의원은 “농사용 전기 부정 사용은 한전의 재무 부담은 물론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제보에만 의지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 정기‧수시 조사 실시, 조사권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