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더불어민주당이 3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일방 파기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사안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전날 회동에서 3대 특검법 수정을 양보하는 대신 국민의힘으로부터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한 협조를 얻어냈는데, 이에 대해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이 터져나오자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늘 아침 민주당에서 내부적 갈등과 당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며 " “민주당에서 ‘(특검) 기간에 대한 합의를 이행할 수 없겠다. 기한을 연장해야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엔)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교감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전날 6시간에 걸쳐서 진통 끝에 합의가 이뤄졌는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밤사이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존재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대 특검법 개정안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에서 수사 인원 증원, 수사 기간 3개월 연장 등을 지적했고 민주당이 수용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정부·여당이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 가운데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합의가 번복된 데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민주당 원내대표 간 조직 개편 필요성이 있었기에 합의가 진행된 것인데, 정청래 대표가 합의 내용 자체를 거부했다”며 “민주당이 정청래 사당인지 깊은 유감과 더불어 앞으로 원대 간 합의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은 “앞으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승낙이 있어야 정부와 원내대표 간 합의한 것이 이행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며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는) 많이 달라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특검법 개정 핵심 중 핵심이 기간 연장”이라며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한 것은, 특검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재협상) 지시를 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전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3대 특검법 수정을 양보한 것을 두고 내부 반발이 분출했다. 소위 ‘내란당’인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 자체에 대한 비난, 합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 인력 확대와 기간 연장”이라며 “완전한 내란 종식과 파도 파도 양파 같은 김건희 국정 농단 부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합의를) 재고해 달라”고 했다.
합의 발표 직후부터 강성 지지자들이 합의 내용을 강하게 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번복으로 향후 정국은 급랭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협치를 주장했는데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며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해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