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2025.08.29. jhope@newsis.com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가 최근 5년 사이에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의료기관에서 유령 환자 진료비 청구, 입원 일수 부풀리기, 비급여 바꿔치기 등 고의성이 뚜렷한 수법으로 건강보험료를 타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에서는 “그만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의미로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6억1200만원(461건)이던 부당 청구 금액이 2021년 167억7800만원(588건), 2022년 196억6500만원(527건), 2023년 215억1100만원(514건), 2024년 377억 8900만 원(612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8월까지 130억6100만원(316건)으로 증가세는 꺾이지 않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부당 청구 금액을 합산하면 1164억1600만원(3018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거짓 청구 건수가 2020년 54건에서 2024년 299건, 같은 기간 산정 기준 위반은 217건에서 370건으로, 대체 청구 건수는 88건에서 132건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환자를 허위 등록해서 진료비 청구하거나, 입원 일을 부풀려서 보험금을 과다하게 타내는 사례가 적발됐다. 또 동일 환자에 대해 중복으로 대체 청구하거나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의료기관에서 과도하게 징수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속여서 제출하는 고의성이 뚜렷한 수법까지 썼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국회에 보고했다.

이런 건강보험 부당 청구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에선 적발·징수와 부당 청구 비율에 따라 업무 정지와 과징금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부당 청구가 적발되면 민형사상 처벌과 함께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부정 청구 방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에선 별도의 전담 조직을 두고 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부당 청구에 대응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땀 흘려 낸 소중한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자원”이라며 “현행 업무 정지·과징금 부과와 같은 처벌보다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건 당국은 단순히 적발과 징수에 머무르지 말고, 부당 청구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건강보험 부당 청구를 반복하는 기관에 가중 처벌하거나 퇴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