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당선은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장 신임 대표는 일각에서 본인을 ‘극우’라고 평가하는 것을 부정하며 “제가 당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 모두 강성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에선 “‘장동혁 국힘’과 ‘정청래 민주당’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단일 대오로 뭉쳐서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의원 107명이 하나로 뭉쳐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단일 대오에서 이탈하고 내부 총질하는 분들에 대해 결단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특정 그룹을 거명한 적이 없지만 당내에선 친한계 등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충남 보령 출신인 장 대표는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에 32세이던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판사로 임용됐다. 정치권에 뛰어든 것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대전 유성갑에 출마하면서부터다. 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장 대표는 2022년 충남지사 선거로 공석이 된 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2023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자 초선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재선에 성공하고 2024년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한 전 대표는 그를 “솔메이트(영혼의 동료)”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에 반발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친한계와 결별했다. 이후 탄핵 반대 장외 집회에서 연설하며 주목을 받았다.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당대회 기간 장 대표는 ‘대여 투쟁’과 ‘내부 총질 척결’을 강조했다. “싸우지 않는 자, (국회의원) 배지를 떼라”고 했고, 당내 찬탄파에 대해선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도 했다. 같은 반탄(탄핵 반대) 입장이지만 통합을 강조한 김문수 후보보다 더 나아간 강경 노선이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의 당선을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장 대표가 당내 중량급 인사인 안철수·조경태 후보에 이어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를 눌렀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온건 성향 당원들이 무관심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장 대표가 강성 유튜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명성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선거 막판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반감이 생긴 반탄 성향 당원들이 김 후보 지지 대열에서 이탈, 장 대표 쪽으로 합류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결선 투표에서 강성 당원들이 장 대표 쪽으로 뭉치면서 역(逆)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장 대표가 일관성 있게 ‘내부 총질 척결’을 주장했던 반면 김 후보가 상대적으로 오락가락했던 것이 표심에도 작용한 셈”이라고 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도 “당 주류인 반탄 진영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라며 “양자 대결로 맞붙은 구도에서 50대인 장 대표가 김 후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새 인물’로 보인 점이 주효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한의 대결 정치’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면서 반(反)정부 투쟁을 천명했다. 여당과의 협치(協治)와 관련한 물음에도 “여당과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내려갈 때 힘의 균형이 맞춰지고 진정한 협치도 가능하다”며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국민의 회초리밖에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장 대표 당선에 대해 이날 논평을 통해 “축하의 말은 의례적으로라도 건네기가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정·장 대결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주장하는 대여 투쟁을 위해선 장 대표를 찍지 않은 절반 가까운 당원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한계가 전당대회 기간 장 대표에 대해 ‘최악’이라며 공격했지만, 당내 갈등이 지속될 경우 투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장 대표를 지지했던 전한길씨와 같은 유튜버들이 ‘배신자는 척결해야 한다’면서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라며 “이러면 당의 통합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장 대표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 첫 단계로 함께 선거를 지휘할 당직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 대표는 인사와 관련해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실질적 능력을 중심으로 인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선거와 관련해 준비 기획단을 발족하고 “문제가 많은 당원협의회는 정비할 필요가 있고, 적절한 시점에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가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능력 있는 정책 정당, 민생을 제대로 살피는 민생 정당으로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