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차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장동혁 신임 대표가 26일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국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등장은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열망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신임 당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에 “싸우지 않는 자, (국회의원) 배지를 떼라”는 강경 메시지를 내세웠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당내 찬탄파를 겨냥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반탄(탄핵 반대) 노선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강성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국회에 입성한 지 3년밖에 되지 않는 장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데 대해 당 안팎에선 “짠물(강성) 당원들이 막판에 총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26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장 대표는 22만302표(50.27%)를 얻었다. 김 전 장관은 이보다 2367표 못 미친 21만7935표(49.73%)였다. 국민 여론조사에선 김 전 장관이 60.18%로 장 대표(39.82%)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당원투표에서 장 대표가 김 전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장 대표는 이날 당대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단일대오로 뭉쳐서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 (국민의힘) 107명이 하나로 뭉쳐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원내 분란을 묵인한다면 우파 시민들과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친한계(친 한동훈계)를 비롯한 당내 찬탄진영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또 장 대표는 당대표 자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당원과 국민에게 약속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다면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장 대표의 당대표 당선을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국회로 입성한 장 대표의 인지도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는 두 달 전까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유세했던 김문수 후보, 대선 주자급인 안철수 후보,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후보가 모두 출마했다. 그런데 ‘1.5선’인 장 대표가 이들을 차례로 누르고 당대표에 선출된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영남권 의원은 “계엄·탄핵으로 온건 성향 당원들이 탈당했거나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 대표가 유튜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짠물(강성) 당원’들에게 소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중도지향적인 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외면하면서, 전한길씨로 대변되는 유튜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짠물 전당대회(강성당원만 남았다는 비유적 표현)’라는 것 말고는 장 대표의 승리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과거 (황교안 전 대표를 선출한)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대패했던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 자신을 지지했던 유튜버들에 대해 “조직도 없이 선거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민의힘 변화와 쇄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외곽에서 응원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9일 TV토론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 씨 중 재보궐 선거에서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팻말을 들어올리는 모습 (TV조선 유튜브 갈무리)

결선 투표에 돌입한 이후 김문수 전 장관이 한동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도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반감을 가진 강성 당원들이 김 전 장관 지지 대열에서 이탈, 장 대표 쪽으로 합류했다는 시각이다. 이번 TV 토론 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씨 가운데 누구를 공천하겠느냐’는 물음에 장 대표는 “전한길” 김 전 장관은 “한동훈”이라고 각각 답했었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찬탄파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이 결선에서 상당수 이탈했고, 반대로 강성 당원들은 장 대표 쪽으로 뭉치면서 어느 정도 역(逆)결집이 이뤄진 걸로 봐야 한다”면서 “장 대표가 일관성 있게 ‘내부총질 척결’을 주장했던 반면 김 후보가 상대적으로 오락가락했던 것이 표심에도 작용한 셈”이라고 했다.

대선에 이어 당대표 선거에서도 연거푸 패배한 김 전 장관은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김 전 장관은 승복연설에서 “장 대표가 이재명 독재정권과 힘차게 싸워 승리할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