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가 반탄(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가나다순)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22일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에 돌입한 것이다. 찬탄(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탈락했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 오스코 전당대회 현장에서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50% 이상 득표율을 얻지 않았다”며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23일 TV 토론회를 열고 24~25일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26일 당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1인 2표로 진행된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이상 득표순)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엔 우재준 후보가 선출됐다. 5명 중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은 찬탄파이고 나머지 3명은 반탄파로 분류된다. 당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1명) 등을 포함하면 반탄파가 다수인 지도부인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의힘은 내부 쇄신보다 대여(對與) 강경 노선 위주가 될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당이 대선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탄핵의 바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성 당원에 휩쓸린 국힘… ‘반탄파’가 지도부 장악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결선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당대표 후보의 득표율과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당내에서는 김문수·장동혁 후보의 득표율 합이 70% 안팎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찬탄파 후보들이 개혁 어젠다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에 실패했고, 일부 후보가 “당내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고 하면서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당 신청을 받을 뿐 아니라 면회를 가겠다고도 했다. 전당대회 방해로 논란이 된 윤 전 대통령 지지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씨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밝혀 왔다. 또 단일 대오를 강조하며 선명한 대여 투쟁을 하겠다고도 선언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합치면서 융화되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통합을 강조하면서 결선 후보에서 찬탄파 당원들의 표심에도 호소한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 장동혁 후보는 “당내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고 말하면서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분들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친한계 등 비주류를 비판하면서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탄파 약진 현상은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최고위원 중 득표율 1위인 신동욱(21%) 후보를 비롯해 2위 김민수(18.9%), 4위 김재원(12.2%) 후보가 반탄파로 분류된다. 찬탄파에선 지난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양향자 후보가 득표율 3위(12.7%)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득표율 기준으로 반탄 후보 6명이 총 75%, 찬탄 후보 2명이 총 25%를 얻었다. 반탄 진영 후보가 많았고 최고위원 선거는 1인 2표를 행사하는 점을 감안해도, 당원 여론에서 여전히 반탄이 우세한 모습이다.
이와 별도로 치러진 45세 미만 청년 최고위원에선 현역 의원인 우재준 후보가 50.4% 득표로 손수조(49.5%) 후보를 누르고 선출됐다. 대구 출신인 우재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는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밝혔지만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현재는 찬탄파로 분류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반탄 3명, 찬탄 2명이 선출된 것으로, 향후 선출되는 당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1명을 추가로 지명할 수 있다.
반탄파 중심으로 새 지도부가 구성됐지만, 쇄신을 요구하는 찬탄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당내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도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연단에 오르면 반탄 진영에서 “배신자” 구호가 나왔고, 반대로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 연설 차례에선 찬탄파 당원들이 “극우는 나가라”고 외쳤다. 당원들이 서로의 팻말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뒤엉키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민심과 달리 가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구성·성향에서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대선·지선에서 연승하던 당시의 ‘중도 지향적’ 국민의힘과는 당원 구성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의원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 청년 당원들이 빠져나갔고, 이후 비상계엄이 터지면서 중도 성향 당원들도 잇따라 탈당했다”며 “강경파 당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민심과 유사한 성향의 온건 성향 당원은 탈당했거나 당의 퇴행적인 모습에 질려서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도 “당이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최수영씨는 “윤 전 대통령 구속, 특검 수사, 강성 유튜버 전한길씨의 부상으로 당내 반탄 진영이 더욱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6일 결선투표에서 김문수·장동혁 후보 가운데 누가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국민의힘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눈 특검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당내 통합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반탄파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계엄 세력 내지 위헌 정당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지방선거 인재풀 구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에선 소수 야당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장외 투쟁을 하더라도 지도부가 동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새 지도부 임기는 2년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하게 된다. 다만 TV 토론에서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