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3일 갑질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낙마한 역대 최초 사례가 됐다. 후보직을 내려놓은 강 의원은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준 민주당에도 큰 부담을 지워드렸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 6월 23일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부터 이날까지 연이어 제기된 논란과 의혹에도 버텨왔다. 그러나 강 의원을 옹호했던 여당 지도부와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자 결국 사퇴 결정을 내렸다. 강 의원의 낙마를 두고 일각에서는 “끝까지 편을 들어주던 개딸의 민심이 이탈하자 결국 못 버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사퇴 직전까지 강 의원은 여당 지도부와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한 보호를 받아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7월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의원과 보좌진은 특수한 관계”라며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간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 이후 강 의원의 갑질 논란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문 수석부대표는 23일 “국회의원 보좌진이 일반 직장과 다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정청래 의원 역시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게 동지적 의리”라고 말하며 강 의원을 보호했다. 일부 의원들로부터 ‘성실하게 의혹을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등 요구를 받기는 했으나, 강 의원은 대통령실을 필두로 한 민주당 1중대의 두터운 엄호를 받아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철회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강 의원이 이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강 의원이 이른바 ‘찐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의원은 친이재명 계열의 원외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출신으로, 평당원 신분에서 의원직까지 올라온 드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 일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고민정이 있었던 것처럼, 이재명에게 강선우가 그런 존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강 의원의 ‘친명’ 이미지 덕분에, 갑질 논란이 제기된 초·중반까지 ‘재명이네 마을’ 등 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 의원 옹호 여론이 적지 않았다. ‘사회생활에서 갑질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보좌관 교체 횟수도 국회의원 평균 이하라더라’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등 돌렸던 지지층
문제는 지지가 강했던 만큼 역풍도 거세게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과 달리, 대통령실은 7월 24일까지 강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장관 임명을 확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강 의원을 여가부 장관으로 최종 임명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자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보좌관 갑질 논란에 더해 전임 장관에 대한 갑질, 교수 시절 무단 결강 등 문제가 드러났다. 보좌진협의회에서는 ‘강선우를 임명하면 다른 의원들의 갑질들도 폭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기점으로 강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달라졌다.
연이은 폭로에 지도부 핵심이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강 의원에 대한 ‘일편단심’을 외쳤던 강성 지지자들도 ‘더 이상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지 말아달라’ ‘임명하면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강 의원이 마지막까지 의지했던 이들이 돌아서자마자 벽이 와르르 무너진 셈”이라며 “구심력이 강한 민주당의 정당 성향만큼 신뢰를 잃으면 원심력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고 평했다.
여성 정책과 노동 인권에 민감한 민주당 지지층의 신뢰를 잃은 점도 낙마 원인으로 꼽혔다. 강 의원이 과거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도 갑질을 하고 여가부 예산을 삭감시키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자,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도 비난 여론이 강해진 것이다. 민주당의 아군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노총에서도 ‘갑질’이라는 행위에 등을 돌렸다. 앞서 갑질 옹호 논란을 빚은 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발언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저를 포함한 모든 의원들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여당 의원은 “주변인들과 여론을 통해 강 의원 임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더 많았음을 확인했다”며 “(강 의원) ‘임명을 강행하면 중도를 포함한 대다수 지지층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를 온라인에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사퇴 입장을 발표하자마자 ‘개딸’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강 의원 옹호 여론이 재차 급증했다. 강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퇴 입장문을 게시하자 약 2시간 만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도 버텨온 강 의원이었기에, 사실상 이들이 강 의원 사퇴를 주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당 게시글에 지지자들은 ‘잠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길 응원한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당신을 믿는 국민들이 우주의 별보다 많다’ 등 반응을 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에 연이은 내각 지명 논란과 불발은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지명 인사였던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각종 의혹과 논란이 해명되지 못한 채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대통령실이나 민주당은 아니라고 했지만 ‘현직 의원 지명 철회’라는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현역불패가 깨진 첫 사례는 물론 현재까지 4명이나 지명 실패가 발생한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강선우 한 명을 지키려다 정권 초기 지지기반을 깎아먹는 결과가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