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 후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 인사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오로지 능력’이었다. 그는 취임 181일 만에 장·차관 후보자 14명의 ‘능력’을 헤아리고 임명하는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했다.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해 인사청문 자료 제출을 최소화했고, 14명 모두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일례로 음주운전, 논문표절 의혹 등이 불거졌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국무총리나 대법관 등을 제외하고는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민심이 분출된다. 이 여론을 무시할 경우 국정 동력이 크게 추락한다. 정권 초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 채 교육부의 수장이 된 박 전 장관은 이후에도 급진적 학제 개편을 추진하다 윤석열 정부 신뢰도 전체를 악화시켰고, 취임 35일 만에 사퇴하면서 역대 최단명 사회부총리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능력’을 유일한 인사 기준으로 꼽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은 능력”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이 직접 인재를 추천하는 구조를 통해 주요 인사를 능력 중심으로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4일부터 닷새 동안 이재명 정부 첫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 조각과, 인사를 포함한 국정 철학·정책이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였다. 초점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모아졌다.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과 이 후보자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자녀의 미국 고액 유학’을 둘러싸고 여야 집중 공방이 이어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집권 초반에는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국정 성과가 나오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국정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인사’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관심도가 높은 만큼 지지율에 대한 반영도가 높다. 보은 인사, 코드 인사, 과도한 임명 강행이 나올 경우 더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사 참사로 정권 초기 지지율이 20% 후반대까지 떨어졌다”고 짚었다.

두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낙마 포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줄낙마를 우려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권이나 친여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이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그 부분에 대한 소명 여부와 설득력 여부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며, 분위기가 자진 사퇴 쪽으로 기울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낙마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이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그러나 이 평론가는 “같은 진영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는 사람까지 임명을 강행하게 되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일단 (후보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나면, 어차피 역풍은 불기 마련이다. 낙마시키는 것과 임명을 강행하는 것의 정도를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없으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지만, 역풍을 최소화할 방안을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李 강성 지지층 “악마화 말라”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사이에서도 두 후보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임명 강행’을 주장하는 여론이 더 많은 모양새였다. 지난 7월 16일 이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강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에 빗대는 여론이 많았다.

“조국 때랑 비슷하다. 그때 얼마나 (조 전 장관을) 악마화했는가.”

“민주 진영분들께 당부 드린다. 착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달라. 완전 무결한 자가 어디 있겠나.”

“김건희를 저렇게 앉혀놓고 (청문을) 해보라. 더 심할 것이다.”

“악마화하려 작정하고 덤비면 자유로울 사람 없다.”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보좌관 연합회장단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 혹은 친문계를 비하하는 표현) 잔당 출신이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며 임명 강행이 국민 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강성 지지층 이야기만 듣다가 인사 참사를 맞았다. 당시에 (강성 지지층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난 대통령이 ‘이렇게 훌륭한 인선을 과거에 보신 적이 있냐’고 말했다고 하지 않나”라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심했다고 평가받을 뿐, 문제 있는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임기 초 정권의 발목을 잡은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23명이나 임명을 강행했었다. 그중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문 정권의 임명 강행 첫 사례였다. 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강남 부동산 관련 의혹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성과도 충돌했다. 야당은 그의 보고서 채택 자체를 막으며 임명을 반대했고, 임명 직후에는 ‘협치 포기’ ‘불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임기를 마친 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까지 중용됐다. 그러나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본인 소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올려 받은 사실등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경질됐다. 김 전 위원장의 사례는 임명 당시의 도덕성 논란이 정권 초반 인사 검증 실패와 협치 붕괴의 상징으로 계속 회자되었고, 결국 사퇴에 이르면서 정권 초 인사 실패가 장기적으로 국정 운영 전반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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