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7일 이준석 의원은 다시 개혁신당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날 열리는 개혁신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입후보한 인물은 이 의원뿐으로, 찬반투표만 거치면 돼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 의원이 자신이 차린 개혁신당의 당권을 쥐는 것은 약 1년2개월 만이다. 창당 당시 대표를 맡았고, 1차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허은아 전 대표는 내홍 끝에 당원소환제로 대표직을 박탈당한 후 탈당했다.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대선을 치른 개혁신당은, 다시 당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당권파 수장인 이 의원에게 전권을 맡기려는 것이다. 지도부 구성 방식 역시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신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미묘하다. 득표 8.34%(291만7523표)는 제3후보이자 젊은 후보로서 유의미했지만, 보수 재편의 구심력을 갖기엔 모자라다. 더욱이 다음 선거는 지방선거다. 전통적으로제3당이나 소수정당에 좋은 무대가 아니다. 국민의힘과 최소한 느슨하게라도 연대하지 않으면 지자체장 당선은 물론 기초의원 의석 유지(현재 6석)도 불투명하다. 다음 대표는 2년간의 임기 동안 보수 패배가 유력한 지선에 대응하면서도, 이후 있을 정계 개편에서 반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 역할을 감당할 인물이 이 의원 외에는 없다는 당내 공감대가 폭넓다. 물론 이런 ‘이준석 원맨팀’ 이미지가 지금보다 훨씬 굳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당원들의 ‘허은아 트라우마’
현재 개혁신당을 둘러싼 조건들이 이 의원의 대표 출마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우선 허 전 대표 시절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허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있었던 1차 전당대회에서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허 전 대표나 이 최고위원 모두 ‘천아용인’으로 불리던 이준석계 인물들이었기에, 당내에서 이 의원의 영향력이 무난히 유지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허 전 대표가 이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과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두고 갈등을 벌였고, 결국 당직자들 대부분과 대립하며 고립됐다. 당시 이 의원에게 비판적이었던 일부 인사들도 허 전 대표의 당무 자체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했다.
공방이 이어지며 허 전 대표가 당 정책연구소 자금운용을 가지고 이 의원을 겨냥한 의혹을 제기했고, 반대로 허 전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갑질을 했다거나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다는 등의 폭로가 오갔다. 최고위원회의가 쪼개져 열리는 등의 촌극을 거듭한 끝에 허 전 대표는 당원 투표를 통해 대표직을 잃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허 전 대표가 리더십을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는 의견과, 당내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의견이 모두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의원 개인에 대한 지지자 비중이 큰 개혁신당 당원들 사이에서 ‘이준석이 직접 당권을 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이 명실상부한 이준석 당이었던 만큼, 아예 레드팀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규칙이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바뀌면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게 됐다. 기존에는 전당대회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가 되고, 차점자 3인이 최고위원이 되는 형태였다. 이때도 물론 대표직이 ‘이 의원의 도우미’ 성격이었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허 전 대표의 선거 슬로건은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아예 이 의원이 대표직에 독자 출마하다 보니 최고위원들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의 한 주요 인사는 “지난 전대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라도 공식적으론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이라, 자신만의 어젠다를 들고나올 수 있었다”면서 “이번엔 대표와 같이 일할 사람을 뽑다 보니 최고위원 후보들이 독자적 어젠다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원내 진입 경력이 있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물론 소선거구제 등의 제도적 한계가 있는 상황 속, 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나갈 사람은 다 나간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본인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하겠다는 그림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지선 이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수정당이 생기면 자연히 여러 성향의 사람들과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도 내적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이 최근 ‘당내 시스템 자동화’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개혁신당은 중앙당 상근 당직자가 7명에 불과하고, 지역 당원협의회가 전국적으로 구성돼 있지도 않다. 이에 본인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며 당내 실무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선, 보수 재편 담당할 2년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장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대응해야 한다. 조직력이 부족한 소수정당으로서 쉬운 싸움이 아니다. 지금 개혁신당에서 지자체장 출마가 거론되는 중량급 인물은 대구시장을 노리는 조응천 전 의원 정도다. 함께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원욱 전 의원은 지선 출마 의사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현직인 천하람·이주영 두 의원을 제외하면 결국 이 의원이 남는다. 이종훈 평론가는 “추정컨대 경기지사 정도 출마를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본인이 지선을 이끄는데 아무 데도 안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의원은 지난 6월 “경기지사 출마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래도 인물은 절실하다. 수도권의 한 개혁신당 인사는 “조직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 이준석에 버금가는 거물급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당지지율이 5% 내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소 국민의힘과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 때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선거구에서 이 의원은 1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51 대 49의 싸움을 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수도권에서 개혁신당 후보가 나오면 필패다. 개혁신당의 또 다른 주요 인사는 “국힘도 어떤 식으로든 연대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만 광역단체장, 기초지자체장 몇 곳이 대상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가운데서도 개혁신당과 연대·연합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벌써 나온다. 2010년 지선, 2012년 총선 당시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야권 단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10% 내외의 득표를 하면 3위로 당선될 수 있는 기초의원 3인 선거구를 노리는 지역 출마자들도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이후 있을 보수 정계개편에서도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한 개혁신당 인사는 “특검 수사가 180일은 갈 것이고, 이후에도 재판이 이어지며 정권 내내 ‘때리면’ 국힘은 답이 없다”면서 “지방선거에서 국힘이 지면 개혁신당이 정계 개편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지선이 끝나면 곧바로 총선 모드 아닌가”라며 “궤멸 위기에서 합당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2년간 이준석 대표 체제가 합당을 택하든 독자노선을 택하든, 내년 지선에서 대선의 8.34%보다는 더 나은 성과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