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이 지난 4월 출국한 코바나콘텐츠 전 감사 김모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고 여권 무효화 조처를 검토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김씨는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인물로,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차인 2023년 렌터카 업체 ‘IMS’를 설립했다. 이 업체의 현 대표 조모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고액 후원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회사의 전·현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다. 민중기 특검은 김씨 관련 사건을 ‘집사 게이트’로 표현하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 “특검이 이 업체를 검은돈의 저수지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렌터카 업체의 계약 구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때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다수의 기업 명단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9일 문홍주 특검보는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협찬해 수사대상이었던 사람들이 렌터카 관련 회사를 설립한 후 도이치모터스로부터 사업상 혜택을 제공받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문 특검보는 “집사로 불리던 주 피의자 김씨가 언론 취재가 이뤄진 지난 4월 해외로 출국해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사무실과 가족들의 주소지를 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해외 도피와 증거 인멸 정황이 있다고 판단, 신속한 수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며 “관련자, 관련 회사들의 휴대전화와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 행위가 우려된다. 발견될 경우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검보가 ‘집사 게이트’라고 표현한 이 사건은 김씨가 기업들로부터 18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특검은 거액의 투자 유치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른바 ‘오너리스크’ 등 총수 관련 형사사건에서 수사 편의나 선처 등을 제공받기 위해, 김 여사의 최측근인 김씨가 설립한 기업에 뇌물성 투자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문 특검보는 “피의자 김씨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 등 조처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 사건과 유사하게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에 기업들이 뇌물성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집사 김씨는 2010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과정에서 김 여사와 친분을 쌓은 후 코바나컨텐츠에서 감사를 맡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지시로 최씨의 통장 잔고 증명서를 직접 위조한 인물로 지목돼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2023년 자신이 설립한 렌터카 업체 비마이카(현 IMS)에 한국증권금융 등 대기업과 공기업 성격의 금융사들이 펀드를 통해 18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대상으로 의심되는 도이치모터스로부터 BMW 차량 50대를 지원받아 렌터카 사업에 활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IMS는 당시 누적 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개인 지분을 넘기며 46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당시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속했고,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은 점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간조선 취재결과 IMS의 현 대표인 조모씨 또한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낸 인물로, 고액후원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
렌터카 업체 IMS의 전신은 ‘비마이카’로, 2013년 조씨가 설립한 기업이다. 2017년 비마이카는 김씨의 카셰어링 업체인 ‘싸이드스텝’과 합병을 진행했고, 김씨는 이즈음부터 사내이사를 맡았다. 합병 이후 2019년 이 업체는 독자적 시스템인 IMS를 출범시켰다. IMS서비스는 당시 VIP 의전 서비스에 사용되는 고가의 차량을 섭외하는 게 골자였다. 이 서비스가 론칭된 직후 비마이카는 그해 4월 칠레 대통령 방한, 6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등 굵직한 국가 VIP 의전을 여러 차례 수행했다.
김건희 특검 ‘집사게이트’로 표현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이 ‘제2의 미르·K스포츠재단’ 그 이상이 될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10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단순 투자 문제가 아니라, 특정인의 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을 앞세워 자금을 관리하는 ‘저수지’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또한 이날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은 재단 형태로 형식상으로나마 공개된 구조였지만, 이번 사건은 재단조차 없이 사실상 돈을 받아 나가버린 형태라 더 심각하다”며 “거의 망한 기업에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비리 가능성이 최소 99%에 달하는, 대규모 부패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아시스펀드의 투자 덕분에 부실기업인 IMS 지분을 46억원에 정리할 수 있었다. 오아시스펀드에 참여한 대표적인 대기업이 바로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부실 렌터카업체 IMS에 30억원을 투자한 시점은 2023년 4월에서 5월쯤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카카오 때리기가 시작되던 시점이다. 당시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해 257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금융감독원은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오아시스펀드엔 HS효성그룹 계열사들도 참여했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모두 합쳐 35억원이다. 가장 많은 투자금 50억원을 넣은 곳은 증권사들의 은행으로 통하는 공기업 성격의 한국증권금융이다. 대형 금융사인 신한은행과 키움증권도 각각 30억원과 10억원의 투자금을 오아시스에 넣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렌터카 중개 사업을 위해 투자했을 뿐 다른 고려사항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HS효성 측도 “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친 정상적 투자”라며 “김씨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증권금융 역시 “내부 심사를 거친 투자로 펀드의 의사결정엔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