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내란특검에 의해 재구속됐으나, 정작 구속영장에는 외환죄 관련 부분이 빠져 있다는 점에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검 안팎에서는 다른 혐의만으로도 구속사유가 된다는 특검의 자신감이 반영된 데다, 외환 수사는 아직 검찰 특별수사본부나 경찰에서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자칫 영장에 혐의가 포함될 경우 수사 상황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환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서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은폐 등 외환 혐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자칫하면 정치적 이유로 우리나라를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향후 특검의 수사가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형법상 외환죄는 내란죄와 함께 가장 무거운 범죄다. 꼭 외환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예비 또는 음모 단계부터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검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형법상 외환죄로 처벌받은 사례 또한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외국 vs 적국’… 북한 규정에 대한 의문
우리 형법에 ‘외환죄’ 관련 조항은 총 13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조항은 형법 92조에 명시된 ‘외환유치죄’다. 외환유치죄에는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통모(通謀)란 ‘남몰래 서로 통하여 공모한다’는 뜻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거나 미수에 그쳐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이 조항에 삽입된 ‘외국’이라는 표현이다. 계엄을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형법에서 북한을 외국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리 헌법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 북한을 갑자기 외국으로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해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북한을 외국 정부로 인정하면, 외환유치죄 성립은 쉬워진다”며 “그러나 우리 대법원이 그 논리를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북한을 단독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며, 이전에도 대법원은 북한을 중국 공산당의 하수인이자 하부 조직으로 해석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에 대해 ‘적국’이라고 한 규정을 외국이라고 뒤엎지 않는 한 외환죄 성립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나머지 조항들에도 법적 쟁점이 있다. 93조 여적죄부터 98조 간첩죄까지는 모두 ‘적국’ 표현이 포함돼 적국을 위하거나 적국에 합세하는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조항은 북한에 직접적인 군사 무기를 제공하거나 북한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군사도발을 유도했다는 행위와는 비교적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 많다.
99조에 나온 ‘일반이적죄’의 경우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일반이적죄의 경우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서도 적국의 이익이라는 점은 적용되기 어렵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게 어떤 이익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내란특검이 기댈 만한 조항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다’는 대목이다. 단순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해한 행위를 했을 경우 이 조항을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내 군사시설 등을 드론을 통해 무단촬영한 중국인들이 구속 기소된 사유 역시 ‘일반이적죄’였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내용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앞서 이 교수는 “보통 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했지만, (해당 조항에서) 군사 기밀을 해할 수 있다고 보면 (일반이적죄 적용도) 가능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려 한 행위만을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내란 예비 음모’라는 측면으로 볼 수는 있지만, 외환과 엮는 것은 힘들다고 전망한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라고 전제할 경우, 그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교전 상태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내란 예비 음모’로는 처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환으로 갈 경우, (처벌 등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모 여부 입증할 방법 부족해”
외환죄 성립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북한과 범행을 모의한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모를 입증하려면 상대편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에 대한 직접 조사가 가능할 리 없는 상황이다. 앞서 곽 변호사는 “북한하고 공모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는 너무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능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검팀은 지난 7월 1일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를 납품하는 과정의 책임자였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한 드론사의 무인기 작전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군 관계자 녹취록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나 수뇌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탓에, 가능한 범위 내 조사를 통해 입증해내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특검팀 내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군 지휘부 등에 대한 증거 확보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결국 행위만 가지고 그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몽골에서 정보사 요원들이 북한 측과 접촉하려고 했다는 정황도 마찬가지”라며 “접촉을 통해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상상의 영역이라 외환죄 성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계엄 10여일 전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몽골에서 대북 공작을 시도하다 현지 정보 당국에 붙잡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사건 역시 ‘북풍(北風) 공작’ 차원에서 주요 단서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죄 적용’을 주장하는 여권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외환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형법상 일반이적행위로 들어가면 (입증 과정이) 좀 쉽게 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환죄보다 적용이 쉽지만 처벌 수위도 높은 혐의를 적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