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당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당대표 출마에 나선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당 혁신위원장 사퇴 배경인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 “먼저 탈당(脫黨)을 권고하고, 만일 스스로 탈당하지 않는다면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 같은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던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혁신의 첫걸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成敗)가 결정된다”면서 “최소한 두 사람 정도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쪽으로 시작해야, 그 뒤에 다른 혁신 작업도 수월해지리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도 인적 쇄신 대상자들의 실명(實名)은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절차는 비민주적이었고 결과도 실패로 끝났다”면서 “권한의 크기는 책임에 비례한다.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후보 교체 파동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권영세 의원, 원내대표는 권성동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지명된 이후인 지난 5~6일 송언석 위원장과 인적 쇄신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지난 6일 밤 송 위원장에게 ‘인적 쇄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혁신위원장도 맡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면서 “물러나겠다고까지 했지만 송 위원장이 계속해서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초 안 의원은 혁신위원에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대위원을 추천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저조차도 지금까지 비대위가 이재영 위원장, 박은식 전 위원을 (혁신위원으로) 거부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면서 “그저 (비대위로부터) 혁신위원을 발표하겠다는 문자 통보만 받았다. 합의되지도 않은 혁신위원 인선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대표에 출마한 데 대해 “혁신안을 당원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문수 전 장관, 한동훈 전 대표 같은 분들도 눈치 보지 말고 다 나와서 혁신을 두고 경쟁하자”고 했다.

이날 당내에선 혁신위원장 수락 후 주변에 “지금은 당대표 출마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밝혔던 안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비열한 정치”라는 비판이 집중됐다.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철수 작전(혁신위원장 사퇴)’ 배경은 안 의원의 당대표 욕심”이라며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 자체로 혁신 대상”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가운데 안 의원이 ‘찬탄(대통령 탄핵 찬성) 당원’을 선점하려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 의원은 “당대표가 되어서 직접 혁신하겠다는 것은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이라면서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은 국어 실력에 문제가 있으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과 국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저는 당 혁신을 위해 끝까지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