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노갑(93) 김대중 재단이사장이 지난 2023년 서울 마포구 신촌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김지호 기자

상수(上壽·100세)를 바라보는 권노갑(95)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샷 이글’을 했다. 권 이사장은 동교동계 맏형이자 여권의 대표 원로이다.

권 이사장은 지난 24일 경기 군포시 안양컨트리클럽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시니어티(6082야드)에서 정기 라운드에 나섰다. 권 이사장은 첫 홀부터 파를 기록하며 감을 잡았고, 15번 홀(파 4)에서 약 125야드(114m) 거리에서 두 번째 친 샷을 그대로 홀에 넣었다.

권 이사장은 이날 버디 5개, 이글 1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권 이사장은 “샷 이글을 한 것도, 70타를 기록한 것도 그날이 처음”이라며 “당시 공이 워낙 잘 맞아 4개 홀에서 홀인원도 기록할 뻔했다”고 전했다.

1930년생인 권 이사장은 60세가 넘은 1990년대 초에 골프를 배웠다. 권 이사장은 젊은 시절 권투, 농구, 야구, 유도 등을 하는 등 운동 마니아라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정치 활동을 하느라 골프 입문이 늦었다. 골프 실력이 크게 늘지 않다가 90세 넘어 한 캐디의 조언으로 폼을 바꿔 200m 드라이버샷을 치는 등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한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지난 24일 샷 이글을 치고 골프장 측으로부터 기념 증서를 받고 있다./권노갑 이사장 측 제공

권 이사장은 학구열도 남다르다. 81세였던 2011년 한국외대 대학원 영문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이후 2년 만인 2013년에 ‘존 F. 케네디의 연설문에 나타난 정치 사상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국내 최고령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23년엔 93세 나이로 한국외대에서 영문학 ‘국내 최고령 박사’에 도전했다. 이번 학기에 수료를 했고, 이제 논문만 쓰면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권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정치에 입문해 1960년대부터 비서관, 특별보좌역, 비서실장으로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그는 13·14·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민주당 상임고문,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