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열기로 했던 의원총회를 40분 앞두고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 체제와 당 개혁안 추진,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과 분열이 우려된다”면서 의원총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윤계 의원들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김용태·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전엔 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지 결정에 반발해 서울고법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당 쇄신 문제를 두고선 둘로 갈라져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20분쯤 “오후 2시에 예정됐던 의원총회는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계속 진행할 경우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며 “지금까지 논의됐던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은,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 지도부에 충실히 전달해 차기 지도부가 계속 논의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당 개혁안,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5시간 넘게 토론을 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해 이날 다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옛 친윤계 그룹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 당무 감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옛 친윤계 그룹과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친윤계 핵심 출신인 권 원내대표가 사실상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온 것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과 비윤계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의원총회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차기 당대표 선거 때까지 김 위원장이 당 개혁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던 재선 의원 그룹의 권영진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총회 취소는 당 개혁을 안 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국민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이날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당이 해체 수준까지 각오하고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옛 친윤계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반응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구(舊)주류 그룹이 김 위원장 등의 당 개혁 요구를 무시 전략으로 넘기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친한동훈계와 손잡고 당 쇄신을 명분으로 옛 친윤계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고 보고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옛 친윤계는 새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파(自派) 의원을 당선시켜 당내 주도권을 쥐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의 강을 건너 당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고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동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도 이날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과 관련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 등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