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번 대선에서 2030 표심은 또다시 성별로 갈라졌다. 지난 6월 3일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20대 남성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은 24.0%에 불과했지만 20대 여성에서는 58.1%를 기록했다. 30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대 남성에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37.9%로 나타났지만, 30대 여성에서는 57.3%를 기록하며 성별 간 격차는 20%포인트 내외였다.
이전 선거와는 또 다른 특징도 나타났다. 바로 ‘제3지대’를 자처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약진이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부터 젊은 남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다져온 이 후보는 결국 ‘이대남(20대 남성)’에서 37.2%를 기록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이 후보는 30대 남성에서도 25.8%를 기록하며 자신의 전국 득표율인 8.34%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이대남들이 설령 사표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낮은 이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대녀(20대 여성)’에서도 일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예측 득표율이 사표에 대한 걱정을 덜고 소신껏 투표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권 후보는 최종 0.98%를 득표했지만, 출구조사에서는 이대녀로부터 5.9%를 얻은 것으로 기록됐다. 당선 가능성이 작더라도 정치성향에 부합하는 투표를 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두터운 보수 지지층을 형성하는 60대 이상의 고령층과 압도적 진보 지지층을 고수하는 4050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이번에도 성별 간 뚜렷하게 달라진 투표양상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한 세대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표본일까, 아니면 자신의 한 표를 소신껏 행사하는 ‘다극화’일까. 2030세대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의 전체 득표율을 놓고 보면, 젊은 민심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향했다. 20대 이하에서 이 대통령은 41.3%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으며, 뒤이어 김문수 후보가 30.9%, 이준석 후보는 24.3%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은 30대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받았다. 47.6%로 예측된 이 대통령은 32.7%를 기록한 김 후보와 17.7%에 불과한 이준석 후보를 따돌리고 선두를 지켰다.
겉으로 보면 ‘이재명 승’… 알고 보면 패배?
그러나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선 20대와 30대에서 얻은 예측 득표율은 모두 60대 득표율(48.0%)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수층이 두터운 60대에 비해서도 젊은 세대에게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합산을 따져보면, 20대에서 두 후보의 합산 예측 득표율은 55.2%였으며, 30대에서도 50.4%로 과반을 기록했다. 물론 이준석 후보를 향한 남성들의 ‘몰표’가 이 대통령의 득표율에 영향을 줬다. 그럼에도 전 세대를 통틀어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이 대통령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2030에서 성별로 진영이 갈라진 흐름은 앞선 수차례 선거에서 이미 확인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20대 남성에서 58.7%라는 높은 득표율로 예측됐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20대 여성에서 58%를 기록했다. 30대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30대 남성에서 윤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나타난 비율은 52.8%로 과반을 기록했으며, 이 후보는 30대 여성들로부터 49.7%로 예측되며 앞서갔다. 이 흐름은 2년 뒤인 지난해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준석이라는 변수와 함께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적 다극화? 대안 세력 향한 갈증?
당초 이준석 후보를 두고 전국적·전 세대적 흐름에서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30 남성들의 이 후보에 대한 기대감은 말 그대로 ‘진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의 20·30대 예측 득표율은 각각 30%대 후반과 20%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세대에서 이 후보의 예측 득표율은 적게는 1%대에서 많으면 5%대로 현저히 낮았던 점과 비교하면, 2030남성의 이 후보 지지는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다. 결국 2030남성의 출구조사 결과만큼은 뚜렷한 ‘3자 구도’ 양상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선 ‘정치적 다극화’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김현철 경일대 특임교수는 주간조선에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정치적 다극화라는 개념으로 나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까지 젊은 세대에도 이념적 차원에서의 시각이 강했지만, 이번 탄핵 정국을 통해 정치적 학습을 했고 이준석 후보를 통해 정책적 대변에 대한 체감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후보가 (연금개혁 등) 기성세대가 껄끄러워했던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앞세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2030세대는 실질적으로 정책적인 면에서 자신들을 대변하는 후보를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약자와 노동자를 강조해 온 권영국 후보에게 이대녀들이 5% 넘게 유의미한 득표를 안겨준 점과도 유사하다. 반면 이른바 ‘이대남의 보수화’ 관점에서 양극화 현상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간조선에 “이번 결과 역시 ‘이념적 현상’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배 교수는 “이대남 현상의 경우 대단히 보수적인 현상으로 이해한다”며 “차별과 혐오로 비치는 용어 사용이나, 이런 관점을 수용하는 태도가 이어진다는 점은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신 투표한 2030
거대 양당에서 답을 찾지 못한 2030세대는 대안 세력에 갈증을 느꼈고, 이는 이준석 후보나 권영국 후보 등에게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해 양당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들이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이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는 각각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견고하게 갈라져 있다. 이른바 ‘586세대(50대·80학번·60년대생)’가 이번 선거부터 60대 유권자에 본격적으로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6070세대의 보수 결집은 흔들리지 않았다. 4050세대의 진보 결집 역시 또렷하게 나타났다. ‘민주화 후반 세대’ 혹은 ‘학생운동 세대’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70% 내외의 득표율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다.
반면 2030세대에 대해서는 아직 정의할 만한 의제가 부족하다. 이들은 선배 세대처럼 산업화의 주역도 아니며 민주화의 결실을 보지도 못했다. 2030세대 대부분은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이미 한국이 안정된 민주주의 속에서 선진국 반열에 기웃거리는 시대에 자라났다. 결국 이들은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을 바탕으로 집단적으로 뭉치는 것이 아닌, ‘나의 입장’을 대표하거나 ‘우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를 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사실 이 세대에서는 산업화다, 민주화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당장에 닥친 양극화 문제라든지, 인구절벽 등의 문제들이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2030세대를 향해서는 ‘꼭 진보 아니면 보수 중 하나’처럼 진영에 갇혀서 접근하기보다는, 실용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치권이 해왔던 방식처럼 진영 논리로 2030세대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생활밀착형 혹은 실용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진영이나 후보가 이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투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김 교수 역시 “비교적 ‘자신의 이익’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가 각자에 맞게 정치적 선택을 하다 보니, 다극화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30세대의 표심은 각자의 이익과 실용적 측면을 고려해, 선거 때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앞서 이동수 대표 역시 “정치적으로 가장 유연하고 유동성이 큰 세대라는 데 동의한다”며 “어떤 경우에는 보수적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진보적인 경향들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감소 첫 세대… 통합 가능할까
흥미로운 점은 현재 2030세대가 인구 감소 첫 세대라는 점이다. 1990년대 출생아는 줄곧 70만여명을 유지해왔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접어들며 50만명 아래로 급감한다. 다시 말해 현재 2030세대가 기성세대로 자리 잡는 시기가 왔을 때, 이들의 정치적 이념과 지형이 후대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 2010년대 중반까지 40만여명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20만여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6월 4일 새벽 “틈만 생기면 편을 갈라서 서로 증오·혐오하고 대결하게 하지 않겠다”며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소위 ‘성별 갈라치기’의 희생자이자 가해자인 2030세대는 이번 선거에서도 갈라졌다. 분명한 점은 이들이 유권자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여겨질 시기가 수십 년 안에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