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6월 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마련된 개혁신당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지지자들에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대선 결과에 대해 “득표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건 없다”며 “그동안 이준석이 왜 비호감도가 높았는지, 왜 ‘싸가지론’이 나왔는지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겨냥해 내놓은 ‘젓가락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준석 후보 캠프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공표 금지 기간 전 15%만 넘으면 ‘이재명 대 이준석’의 구도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3차 토론에서 그 발언이 나오는 바람에 흐름을 놓쳤다”며 “최대 14%까지 여론조사가 나오던 시점에서 공세를 강화해야 할 때 방어로 돌아서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장면은 내용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준석이라는 인물의 개인기로 300만표에 가까운 득표를 했지만, 반대로 후보 자신이 지닌 리스크도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이재명 후보 아들에 대한 자료를 준비시킨 것은 맞는다”면서도 “그 이야기를 그 방식으로 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발언 이후 대응 방식도 캠프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고 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비교적 나이가 많은 선대위 관계자들은 이를 대단한 악재라고 보고 사과해야 한다고 봤지만, 젊은 책임자들은 오히려 정면돌파를 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보더라. 아마 판결문(이 후보 아들의 여성비하 범죄가 담긴 공소장)을 확보하지 못했던 상태였던 걸로 안다. 종합적 공격이 아니라 응수타진식 공격이 된 셈인데 결국 악수였다.”

캠프 관계자의 말처럼 이른바 ‘젓가락 발언’은 이준석 후보의 상승세가 꺾인 결정타가 됐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오랜 기간 선거를 준비한 이 후보 측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지점이다. 이 후보는 조기대선을 가장 발빠르게 준비한 주자였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연말과 올 1월께 이미 대선 출마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거대 양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전까지 경선을 미루는 사이, 개혁신당은 3월 18일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국민의힘 본선 후보 선출은 5월 3일이었고 ‘한덕수 단일화’가 무산된 것은 5월 11일이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벌었던 셈이다. 단 3석 규모의 작은 정당, 3당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8.34%, 291만7523표. 이 후보가 받아든 성적표는 미묘하다. 양당 소속이 아닌 만 40세의 초선의원이 처음 대선에 출마한 성적표라고 생각하면 매우 높은 득표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기대했던 10%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향후 보수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에서 한 축이 되기엔 애매한 성적인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독자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서울 2030 지지는 확고했다

물론 이 후보가 완주해 성적표를 받았다는 자체로도 얻은 것이 적지 않다. 먼저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별 개표 결과를 보면 이 후보가 가장 높이 득표한 지역은 단연 서울(9.94%)이었다. 세종(9.89%)과 대전(9.76%)에서도 평균을 웃돌았다. 투표소 단위까지 상세히 분석하면 특히 젊은 인구가 사는 지역에서 강세였다.

이 후보의 표가 가장 많이 나온 개표단위(개별 투표소명 생략)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으로 30.63%였다. 삼성전자와 경희대가 지척에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의 몰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와 두원공대가 위치한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서도 29.60%를 받았다. 그 밖에 서울 안암동(고려대), 신촌동(연세대), 휘경동(경희대), 대전 유성구 온천2동(카이스트) 등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 후보는 20% 안팎의 지지를 얻은 경우가 있다. 고시촌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포스코가 있는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서도 득표가 높았다.

이 후보는 이처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세대에게는 확실한 대안세력임이 확인됐다. 대선 당일 발표된 공중파 3사(KBS, MBC, SBS)의 출구조사 예측 득표율에서도, 이준석 후보는 20대 이하에서 24.3%, 30대에서 17.7%의 지지를 얻었다. 이것이 이른바 ‘이대남’만의 지지라고 볼 수도 없다. 20대 이하 남성이 27.2%, 30대 남성이 25.8%를 지지하며 세대 내 지지율을 견인한 건 맞지만, 동세대 여성(20대 10.3%, 30대 9.3%)에서도 평균 득표율을 웃돌았다. 진보성향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5.9%, 1.6%)보다도 높은 수치다. 개표 과정에서도 이 후보는 7% 초반 득표에 머물다 관외사전투표함이 개봉되는 후반부에 8%를 넘어섰다. 주소지를 벗어나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세대가 많은 까닭으로 짐작된다.

선거로 당세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개혁신당은 지난해 총선 이후 두 번째 전국단위 선거를 치렀는데, 총선 때(비례 3.61%, 102만5775표)보다 3배 더 많은 표를 받았다. 대통령 파면 이전인 올 3월 6만명대였던 개혁신당 온라인 가입 당원은 6월 4일 기준 11만8613명까지 늘었다. 지출한 선거비용이 적고 흑자를 본 선거라는 점도 건강한 측면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지출한 선거비용은 40억원가량으로, 선거보조금 15억6500만원과 후원금, 당비를 합치면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조기대선을 시작할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잘해야 2%를 넘지 못했다”면서 “8.34%를 득표했다는 것은 꽤 선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표심리 때문에 김문수 후보를 찍은 사람도 많다”며 “그런 반사적 이익 때문에 찍은 표가 아니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쩌면 이 후보에게는 이번 선거가 ‘고점’이었을 수도 있다.

보수재편 축 될까

이 후보가 앞으로 있을 범보수 정계 개편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 후보가 10%를 넘기지 못하면서 보수 재편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가 됐다. 국민의힘과 여당의 권력구조에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받은 지지는 보수만의 지지가 아니라 양당의 후보를 싫어해 정치적 입장을 유보하는 표였다. 10%를 넘었다면 이준석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일단 국민의힘 대표 경선 결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친윤이 당권을 잡으면 대안세력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면서, 어쩌면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까지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 후보의 리더십에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평도 있다. 개혁신당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레드팀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특히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않았다. 방송사에 따라가는 이들이 정책 전문가는 없고 캠프 고위급에 한정돼 있었으니 후보가 무슨 도움을 얻을 수 있었겠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했다.” 김상일 평론가는 “이 후보가 국민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태도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교만함을 절제할 수 있다면 다시 충분한 기회가 올 수 있다”면서 “그만한 서사를 이번 선거에서 남겼다”고 했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