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캠프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외부 인사 영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종민 무소속 의원 등 복수의 인사들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추진했지만, 최종 영입이 무산됐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이 과정에서 당내 주요 계파가 대립하며 내부 조율 없이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일이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혼선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논공행상을 둘러싼 계파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참여 결정을 철회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 전 행정관 측 관계자 A씨는 주간조선에 “김 전 행정관의 영입 불발 사태는 민주당이 정당한 이유 없이 말을 바꾼 것 때문”이라며 “당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8일 민주당 선대위 산하 국민참여1본부의 부본부장으로 공식 임명됐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자진사퇴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어 A씨는 “민주당이 영입을 추진해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관련 입장 발표와 대응 태도에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핵심 책임자들로부터 선대위 합류를 승인받았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선대위 합류가 확정되기 전, 한나라당 출신인 박창달 전 의원 등과 함께 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의 회동 일정에 참석했다. 이 자리는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는 보수 인사들의 비공식 만남 행사로, 이들의 선대위 합류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이어 김 전 행정관은 이한주 민구연구원장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통해 선대위 합류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국민참여본부장인 김교흥 의원으로부터 부본부장직을 직접 제안받았다. 김 전 행정관이 전달받은 임명장에는 김 전 행정관을 ‘국민참여1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이재명 후보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었다.
“김대남 영입, 지도부에 정식 보고됐다”
김 전 행정관의 선대위 합류 사실이 보도된 지 약 4~5시간 후, 김 전 행정관은 김교흥 의원으로부터 “부본부장직을 내려놓아 주시면 안되겠느냐”며 사실상 자진철회를 해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선대위 내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민주당 측이 김 전 행정관의 선대위 합류가 불발된 이유에 대해 ‘임명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내부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며 “민주당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행정관이 예정된 시간보다 임명장을 늦게 받았는데 그 이유를 김 의원 측에 묻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캠프 내 지도부 승인을 받느라 늦었다’는 답이 온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의 영입과 관련해 당내 지도부와 이 후보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졌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당내 책임자들의 승인 과정이 제대로 지켜졌고 임명장까지 발부됐으므로 절차적 문제는 없었다”며 “김 전 행정관의 영입 결정 번복은 당사자(김 전 행정관)의 혼란만 부추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경과를 파악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민주당 선대위는 김 전 행정관이 민주당 선대위 합류를 철회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식을 듣자 “영입 과정의 경과를 파악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김 전 행정관 영입 시도는 실수였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영입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을 검토하라고 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 역시 “선대위의 ‘김대남 해프닝’과 관련해 경과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소속 한 원외 인사는 “선대위 관련 조직의 부본부장급이면 인사 과정에서 핵심 지도부에 필히 보고가 갔을 것”이라며 “당에서 경과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경과를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장과 김 전 행정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내부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태 “평등파 반대로 영입 불발”
민주당 선대위 내 ‘영입 소동’은 김 전 행정관 사례 외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경우가 여럿 있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성장파’와 ‘평등파’ 간의 대립이 있고, 평등파의 텃세로 인해 외부 인사 합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반발로 선대위 합류가 무산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주간조선에 “어정쩡해진 상황”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당내 ‘성장파’와 ‘평등파’가 있다”며 “전통적인 민주당 내 세력인 평등파와, 이재명 후보가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키우려고 하는 성장파가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파에 도움을 줄 명목으로 나의 영입이 추진됐지만 반대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았고, 결국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 명예교수는 “선대위 공식 합류는 불발됐지만 이 후보에게 경제 정책과 관련한 조언, 정책 활동 보고서 작성 지원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며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종민 무소속 의원 역시 민주당 내부 반발로 인해 선대위 합류가 불발된 바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는 김 의원의 복당에 찬성했으나, 선대위 내부에서 김 의원 영입에 대한 이견이 강해 합류가 결국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평론가 B씨는 “이재명 후보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보수 인사 영입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평등파의 존재로 인해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흔히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텃세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민주당 내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식적으로 합류한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 보수 성향의 외부 인물들도 향후 정책 방향 설정 과정에서 마찰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측 관계자는 “그간 있었던 인사 영입 과정에서의 불발 사례들은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내부 갈등이나 직접적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명예교수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 명예교수가) 서운하긴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이 명예교수의 언행 등이 알려지면서 대선 전 잡음이 커지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영입은 불발됐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 영입 불발에 대해서는 “대선 등 큰 선거 때마다 흔히 있는 일”이라며 “당내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