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 photo 민주당

윤여준(85)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오랜 세월 보수 진영의 전략을 설계해 온 원로 정치인으로 꼽힌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좌장으로 나선 건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22일 주간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 위원장은 이 같은 결정이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시대적 응답이자 ‘개혁의 적임자’를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유가 우선적으로 궁금하다. “보수 진영에서 제가 정치적 철학이나 전략을 설계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정당에서 현실정치를 할 때에는 나름대로 뜻을 펼치려고 한 때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준비를 할 때에,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총재가 도와달라고 했다. 저는 이회창 총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실현해 보고 싶었다. 당시 제 생각으로 개혁은 기득권을 건드리는 일이라, 보수 출신이 아니면 못한다고 봤다. 진보가 하려고 하면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이 결집해서 총체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이다. 훗날 노무현 정부 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그리고 보수라도 정치를 오래한 사람은 이미 인맥도 얽혀 있고 본인도 그 구조에 함몰되어 바꾸지 못할 거라 봤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회창 총재는 제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에 좋을 분으로 봤다. 법관 출신에, 별명이 ‘대쪽’인 분이 정권을 잡고 개혁을 하면 한국 사회를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결과적으로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 “이회창 총재는 훌륭한 법관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선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이 없는 분이었다. 총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측근 그룹이 총재를 포획했다. 저는 그들을 ‘십상시(十常侍)’라 불렀다. 그들은 권력을 움켜쥐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사람이라 조선일보 계열사와의 인터뷰가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는 한나라당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보수언론과 사이가 불편했다. 보수언론들도 저보다는 보수적인 인사들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면서 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또 한 번 패배하고 나서, 이후 박근혜 대표가 도와달라고 할 때엔 딱 한 번, 2004년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정무적으로 조언했다. 박근혜 대표는 2004년 총선 이후에도 계속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하고 현실정치를 떠났다.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제가 이회창 총재와 박근혜 대표를 보좌할 때는 민주당의 세력이 훨씬 미약했다. 지금은 민주당이 한국 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개혁에 대한 비전도 분명하고, 여러 방면으로 역량을 쌓아 개혁의 적임자라 생각했다. 물론 민주당의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님들께서 많은 부분에서 개혁을 이루셨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권력자원과 지지층을 가지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그분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그를 돕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봤다.”

- 장관님을 필두로, 많은 보수 측 인사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 “우리 사회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그런데 자칭 보수,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점점 더 편협하고 협소한 작은 그릇이 되고 있지 않나. 그 그릇이 담을 수 있는 것이 소수 극우, 내란 세력밖에 없으니 나머지 사람들은 방황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 분들 중 일부 뜻있는 분들이 민주당으로 오고 있는 흐름이라 생각한다.”

-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때 삼계탕집에서 처음 만나셨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지. “그렇게 구체적인 대화까지는 기억을 못한다. 주제가 계속 바뀌기도 했고, 농담이 섞이기도 했다. 그런데 주제가 바뀌는 와중에도, 수용성이 좋고 반응이 빨랐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된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제가 쓴소리도 제법 했는데, 그런 것들도 일단 경청을 하더라. 또 여러 주제로 대화하던 중 본인이 몰랐거나 놓친 부분은 있는 그대로 그렇다고 시인하는데, 이는 대단한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봤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호감과 신뢰가 쌓여갔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은 윤 대통령의 ‘자기 부정’ 과정이었다”며 “대선 후보 때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정체성을 파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가 통치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통치 능력이 없다”며 “전환점을 맞이하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비전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 관리, 인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임기 후반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봄 큰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결과적으로 계엄 전에 했던 경고가 현실이 됐다. 어떤 마음이 드나. “담담했다. 예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에 대해 비관적인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에겐 어느 정도 권력에 대한 순응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이번 불법계엄 및 내란사태 이후의 추이를 보면서, 이미 민주화된 사회에서 태어난 청년세대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반가웠다. 그들은 불의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했으며, 그 저항조차 축제로 만들지 않았나. 그런 점이 보기에 좋았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청년들에게 충고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부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가 정치에 비관적이라면, 그건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책임감을 느끼고 바꾸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년세대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인구구성상 약자이기 때문에, 청년세대끼리 생각이 다른 부분에서 대립하더라도 공통의 문제에서는 단합해서 정당한 요구를 잘 관철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청년세대들끼리는 잘 단합하고, 기성세대들을 향해서도 도움을 청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 우군이 되어줄 기성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란 결국 자기 편을 늘려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 최근 국힘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어쨌든 대통령의 주변인들도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반복되는 문제 아닌가. “먼저 대통령, 정치적 리더가 공적 소명의식과 헌신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모 및 보좌하는 이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할 수 있다. 본인이 정확한 판단을 듣고 싶어 하고, 정확한 여론을 알고 싶어 해야 참모 및 보좌하는 이들이 그런 방향으로 보좌할 수 있다. 제가 모셨던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IMF 외환위기 때문에 다른 업적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된 분이다. 실제로도 경제는 잘 모르고 따라서 평소 예민한 관심도 없었다. 그것이 크나큰 문제였다. 그런데 다른 방면을 본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좋은 자질을 많이 가진 분이었다. 참모의 의견을 경청하는 편이었다. 저는 비교적 자주 직언을 하는 편이었는데, 말을 중간에 자른다든지 언짢은 기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윤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청와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바 있다. 김영삼 정부는 결과적으로 IMF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줬다. 윤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다면 외환위기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 위원장은 이런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 청와대에서 일했던 수석 중에 변호사 출신 문종수 민정수석이 있다. 이분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회의에서 민심동향을 보고한다면서 시중에서 하는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 거의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그대로 전하곤 했다. 김 대통령도 그 보고를 받을 때 무안하니까 팔짱을 끼고 천장을 쳐다봤다. 수석들도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서 제가 한 번은 문 수석 보고 말을 좀 순화시켜 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면 나는 그냥 그만두고 집에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대통령에게 가서 ‘저희가 듣기에도 섭섭한 말을 끝까지 다 들으시는데, 어떻게 다 참으십니까?’ 하니까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그럼 우짜노. 그게 그 사람 직책 아이가’라고 하셨다. 정말 훌륭한 자질이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그런 자질을 가지고 계셨음에도, 특히 경제문제 등에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고, 그 결과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비극이 초래됐다. 대통령이 원래 그런 자리다. 진실되지 않은 보고를 많이 받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장관이나 수석들이 정치권 탓, 언론 탓을 하면서 자기 책임을 면하려고 정직하지 않은 보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금요일 아침마다 수석회의를 할 때 경제수석이 ‘한국 경제는 이미 연착륙에 성공했다. 세계가 각하의 리더십을 찬탄해 마지않는다’는 식의 듣기 좋은 말만 했다. 저도 경제에 정통하지는 않지만 제가 듣는 얘기와 달라서 몇 번 이게 사실이냐고 따져물은 적이 있는데, 경제수석이 자기 말이 맞다고 하니 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물론 대통령에겐 이런 얘기도 변명이 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 된다.”

-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 다른가. “이재명 후보는 후보 본인이 경제 영역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 식견이 깊고, 끈질기게 부딪혀서 일을 해결하려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 정확한 여론을 참모들에게 요구하게 된다. 참모들은 자연히 이 후보에게 충실하고 정직한 보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제1의 덕목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국정운영의 효율성이다. 지금은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국정운영이 너무 많이 망가졌다. 망가진 국정운영을 신속하게 정상궤도로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한 효율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그 효율적인 리더십이란 잣대에서 이재명 후보가 다른 대선후보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 역시, 우리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반대로 대통령이 가장 지양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본인의 판단을 과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자질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재명 후보도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니까 그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이 점만 경계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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