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비전문가 알박기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광업공단) 황영식 신임사장에 밀려 최종 면접과정에서 떨어진 인사가 경력 30년의 자원 전문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업공단 측은 황 사장이 광업공단 비상임이사를 2년 정도 한 이력을 내세워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최종 후보 2인에 오른 인사는 광업공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광물공사의 본부장까지 했던 인물이며, 현재도 사립대학에서 자원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 사장이 광업공단 임원추천위원회에 낸 이력서를 탈락자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부실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황 사장이 비상임이사 재임 기간 중 한 광물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권력공백기를 이용해 정권 실세와 가까운 인사를 꽂아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일은 매 정부마다 반복되지만 광업공단의 경우 매년 금융비용만 수천억원씩 나가는 자본잠식 상태의 공기업이란 점에서 비전문가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업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신임 사장을 임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9일 공고를 냈고, 이에 최종 후보자 2인을 추렸다. 이 중 1인은 현 황영식 신임사장이고 다른 1인은 광물공사 본부장 출신 A씨였다. 황 사장은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했던 인물이고, A씨는 40년째 자원관련 분야에 몸담고 있었다. 현재는 한 사립대학 에너지 및 자원 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원자들이 낸 이력서를 바탕으로 이들 2인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주간조선이 국회와 자원업계 인사들을 통해 두 사람의 이력서를 입수한 결과 경력과 논문, 연구실적,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측면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황 사장의 이력서는 공란도 적지 않았다.
황 사장의 사장직 이력서는 ‘관련 논문발표’ ‘연구 및 과제수행 주요업적’ ‘관련 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기타 업적 및 활동 사항’ ‘포상실적’ 등 내용 모두가 공란이었다. 관련 경력으로는 광업공단의 비상임이사를 역임한 내역만 기재돼 있었다. 자기소개서에서 황 사장은 ‘한국광해광업공단과의 남다른 인연’이라는 문단에 자신의 귀농 이력을 소개했다.
황 사장은 “언론인을 그만두고 영월로 귀촌해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며 “영월과 고향인 문경은 탄광이 번성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두 폐광지역을 고향과 제2의 고향으로 둔 인연으로 한국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로 일했다”고 썼다. 이어 “이 인연은 가볍지 않은 인연”이라면서 “비상임이사로서 특별히 잘한 일은 없어도 평균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이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광물업계와의 연관성은 해당 내용이 전부다. 이후 이어지는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 내용에 광물 및 광해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경력이나 실적을 보여주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광업계 익명의 한 관계자는 이력서를 보여주자 “전문성이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깡통 지원서”라고 평가했다.
황 사장의 지원서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원이나 광물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기소개서의 첫 문단을 시작하면서 황 사장은 “경북 문경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중고 6년 내내 전교 1등이었다. 아버지가 동생에게 들려 보낸 언론사 모집 시험에 합격해 33년 동안 발이 묶여 기자 생활을 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은퇴할 때까지 논설실장과 주필 겸 이사를 지냈다”는 내용으로 절반 이상을 채웠다.
황 사장은 특히 자원 산업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논설위원실에서는 도쿄특파원 시절 접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여 과학기술, 환경, 에너지, 자원 분야를 맡았다. 자원 관련 보도자료를 꼼꼼히 뒤져보고 배경지식을 얻기 위한 기본서를 자주 읽었다”고 썼다. 이어 황 사장은 본인의 기자 경력 외에도 활용 가능한 능력이 있다며 각종 기업 내 이사직을 맡은 이력을 서술했다.
그는 “외국인 카지노 운영사인 GKL, 한국예탁결제원, 티브로드 도봉·강북방송, 우리종합금융 등에서 비상임·사외이사를 지냈다”며 “공기업 주식의 일반 공개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험은 적잖이 일반화나 응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자원 산업이나 광물 업계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황 사장은 광업공단 비상임이사 시절 민간 광산을 소유한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직에 대한 경력은 지원서 자체에 등장하지 않는다.
탈락한 A씨는 1986년 대한광업진흥공사(이후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명칭 변경 후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합병)에 입사한 후 기획부 조사연구실, 총무부, 기획관리부, 상임이사 등을 거쳐 개발지원본부장 직책으로 3년5개월 근무한 후 2012년 퇴직했다. 또한 2021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서 비상임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황 사장과 달리 A씨 이력서에는 관련 분야 경력, 성과, 수상 내역이 빼곡했다. A씨는 주요 경력으로 ‘세계 최초 볼리비아 탄산리튬 추출 사업화 계약 체결’ ‘국내 최초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 및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 체결’ ‘강원 지역 금속광산 재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의 성과를 기재했다. 이어 ‘인천시 연구용역 핵심 연구원 경력’ ‘관련 논문 및 저서 발표’ ‘수상 경력’ 등을 이어 썼고, 창립 이래 최초 개발지원본부장 재연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2회,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을 경력란에 썼다. 현재 A씨는 한 사립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로 재임하며 자원 및 광물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A씨는 주간조선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후보자 공통 제출 항목이었던 ‘사장직 직무수행계획서’에서도 두 사람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A씨는 집중 추진 사항으로 ‘재정 건전화’ ‘신사업 발굴 및 추진’ ‘공급망 다변화 추진’ ‘공익사업 추진’ 등 네 가지 항목을 구체화하여 기재했다. 여기에는 지분 매각 대상 해외 광산 통계, 조직 개편 구체안, 향후 잠재적으로 진행 가능한 사업 계획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신사업 발굴 및 추진 부분에서 A씨는 니켈, 코발트, 리튬 소재의 폐배터리 활용 사업, 국내 광산 재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계와 함께 제시했다. 여기에는 현재 세계적으로 자원무기화되고 있는 희토류 확보 계획도 적혀 있었다. 이후 이어진 직무계획서에 A씨는 “사장은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라며 “공단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황 사장은 전임 사장인 황규연 전 사장의 경영 기조를 유지 및 계승하겠다는 내용으로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 ‘공단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요청 적극화에 나서야’ ‘곧 시행될 자원안보특별법의 적극적 활용’ ‘기존 발전 전략의 충실한 계승’ 등 네 항목으로 계획서를 구성했다.
내용에는 ‘볼레오 광산의 부채’ ‘기자로서의 잔뼈가 굵었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국회와 정당을 움직이겠다’ ‘일본 특파원 경력을 살려 일본 금속에너지안보기구 운용 방식 도입’ ‘황규연 전 사장의 발전 전략과 업무 방침을 현행 그대로 충분히 계승’ 등을 강조했다. 이어 “언론사 노조 발기인 출신으로서 노조와의 합리적 대화와 소통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에는 사업이 마무리된 ‘볼레오 광산 투자 실패’에 대한 사전적 설명과 기자 출신으로서의 이력을 강조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동종 산업 내 겸직은 100% 잘못”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황 사장 선발 당시 열린 광업공단 임원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서류상의 큰 차이는 없었다”며 “(공단에서) 근무 경력이 풍부한 다른 사장직 지원자는 없었고 황 사장이 제일 적격한 후보자였다”라고 말했다.
임원추천위원회 측은 A씨를 탈락시키고 황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황 사장은 자격 요소가 충분한 적임자”라고 평했다. 당시 면접관으로 참석해 최종 후보자 3인에 대한 점수를 책정한 박동훈 전 임원추천위원장은 “위원회 내 위원들의 개인적 판단들이 모여 나온 결과이고 점수 책정 기준도 잘 모른다”며 “위원장은 회의만 진행할 뿐 인사에 대한 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원자들은 공단이 처한 위기와 현안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며 “황 사장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이 설명을 잘했고 비상임이사 경력과 사내 각종 사안에 대해서도 훤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이력서에서 민간기업 사외이사를 겸임했다는 이력은 뺐다. 이 민간기업은 텅스텐 광산을 소유 중인 광산업체다. 이 회사는 1983년부터 휴광 상태에 있다가 2023년 11월부터 본격 재가동했다. 해당 기업은 2024년 광업공단 주관 일반광업육성지원 사업에 지원해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문제는 이 기업이 지원 사업 대상 요건에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지원대상 광산은 ‘신청 직전연도 생산실적이 있는 가행광산 또는 신규광산’이다. 이 기업이 해당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신청 전년도인 2023년의 실적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기업이 소유한 광산은 약 40년간 멈춰 있었고,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재무제표가 존재하지 않았다.
주간조선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2021~2024년)와 기업분석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관련 수치는 자료에 등재되지 않은 상태였다. 매출원가와 매출액은 2022년, 2024년 모두 수치가 0이었고 사업 대상 평가를 위한 2023년 수치는 통째로 빠져있었다. 기업 측은 “광업공단으로부터 광물 분석 장비 구매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며 “전년도 실적이 없어도 광업권을 갖고 있으면 보조금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지원해준 보조금은 소액에 불과했고 광업공단에서 지정해준 분석 장비를 구매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장비였다”고 해명했다.
황 사장의 겸직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원 등 감사기관에 황 사장이 겸직한 사실에 대한 정보가 넘어가니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며 “회사 대표에게 황 사장의 사외이사직을 반대했으나 사외이사에 그대로 임명됐다. 관련해서 회사가 혜택 본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업권만으로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는 해명에 업계에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다른 민간 광산에 재직 중인 임원 B씨는 “장비 신청 등 사업에 지원하려면 실적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며 “장비 역시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스스로 선택해서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사업 공고문에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쓰여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신규 광산들을 도와주기 위해 이뤄지고 있는 풍조이긴 하나 문제가 될 경우 감사원 감사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했다.
황 사장의 겸직 논란에 대해서는 “이사직을 겸직한 것은 명백히 100% 잘못”이라며 “이해충돌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업공단 임직원의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영지침 내 ‘이해충돌 방지 및 관리’ 제9조는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를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측은 황 사장 선임 적격성을 따지기 위해 광업공단 측에 타 후보자 명단을 요구한 바 있다. 광업공단 측은 제출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업 사장직은 산업부, 대통령비서실 내 인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대통령비서실직제 제6조에 따라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역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