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작년 12월 6일 오전 긴급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어젯밤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여러 경로로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국회 정보위원들을 만나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잡아들여”라는 말을 들었다는 등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런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홍 전 차장이 12월 5일 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한 전 대표 측에 이런 내용을 제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홍 전 차장은 12월 6일 오전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한 전 대표 등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사실관계를 묻는 조태용 국정원장의 질문에 ‘오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들을 만나서는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 직후엔 한겨레·KBS 등과 잇따라 인터뷰도 했다. 그는 12월 7일 KBS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게 평소 직접 보고를 자주 했고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지난 4일 헌재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을 독대한 적도 없고 개별 연락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12월 3일 밤 조 원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8시 22분 윤 대통령으로부터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2시간 뒤 계엄이 발표되기 전까지 조 원장에게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도 윤 대통령 측에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