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4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방향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잠시 나와 권성동 의원과 대화를 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스1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와 협력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발언이 알려진 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홍 전 차장의 제보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윤 대통령 직무 정지 필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오전 긴급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어젯밤,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며 “앞으로 여러 경로로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이 드러나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신뢰할 만한 근거’는 홍 전 차장의 제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홍 전 차장이 지난달 5일 국정원 출신 원로와 상의한 뒤 한 전 대표 측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실제로 한 전 대표가 지난달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앞으로 여러 경로로 공개될 것”이라고 말한 직후, 홍 전 차장은 국회에 나와 정보위원들에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난 한 전 대표에게 홍 전 차장이 주장한 ‘정치인 체포 지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 전 대표에게 “내가 정말 체포를 지시하려 했다면 다른 곳에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런 해명에도 직무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홍 전 차장은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비화폰 통화로 구체적인 대상은 이야기하지 않은 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다 정리해”라고만 말했다고 하고 있다.

친한계는 “한 대표의 압박이 결국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전 대표와 만난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가 당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이끌어 냈고 다수 의원이 1차 탄핵 소추안 표결 때는 반대에 선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지난달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도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여당의 ‘내년 2~3월 퇴진’ 제안을 거부하면서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최소 12표가 나오면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