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100만원 안팎의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동종 전과도 있는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기 때문에 죄책이 무겁다는 이유였다.

1월 23일부터는 이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됐다. 여기에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 판결이 3심인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돼 국회의원직을 잃는다. 10년간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허위 사실로 구성된다. 그중 두 번째 공소사실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스스로 결정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을 마치 국토교통부의 압박을 못 이긴 것처럼 ‘속였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본 결정적 이유에는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 속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국토부와 성남시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들을 모두 톺아보고, 이 결정적 문장을 발견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박기녕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선임비서관(당시 박정하 의원실)·국보협(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대변인이다.

지난 1월 20일 국회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사무실에서 박 비서관을 만났다. 백현동 재판에서 유죄 판결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듣고, 앞으로의 재판 전망을 물었다. 다음은 박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 사실 유죄를 받기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했던 혐의였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근거를 찾아보게 됐나. “국정감사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에 못 이겨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을 했다고 주장했다. 혁신도시법 43조 6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립한 공공기관 이전 부지의 활용계획을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관리계획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이 대표는 이 의무 조항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피력한 것이다. 이 사건이 핵심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공직선거법’이 걸려 있어서다. 공직선거법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징역형 이상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됨은 물론, 민주당이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여원도 반환해야 한다. 확실한 증거만 찾아내 실형을 받게 되면 무엇보다 치명적인 사건이라 생각했다.”

- 당시 국토부 장관도 반박하는 등 이 대표와 국토부 사이 여러 설전이 오갔다. 그런데 판결문에 따르면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된 건 국토부와 성남시 사이 공문이었다. “말은 언제나 뒤바뀔 수 있다.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녹취본도 그래서 확실한 증거가 되기 어렵다. 국토부가 협박을 한 것이든 이 대표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든 실무 차원에서 주고받은 문서들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 문서를 요청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 관련 자료부터 공문까지 자료를 닥치는 대로 확보해 읽기 시작했다. 우선 자료를 잘 주지 않더라. 국토부에 서면으로 자료요구를 해도 ‘협박은 없었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더 큰 어려움은 해석에 있었다. 수천 페이지가 넘는 서류를 쌓아놓고 두 달에 걸쳐 모두 일독했을 땐 아무것도 찾지 못했었다. 공문에서 성남시가 국토부에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대해 질의하고 답변을 했는데 혁특법을 모르니 찾아가며 두 번 세 번 읽었다.”

- 최근 유죄가 나서야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나. “맞다. 당시에 기자들에게도 ‘나중에 재판 가면 이게 결정적 증거가 될 거다’라고 혁특법을 열심히 설명드렸는데, 복잡한 사안이다 보니 언론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 지금까지 이 대표가 받은 유일한 유죄 선고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그동안 주목받고 있었던 위증교사는 무죄 선고를 받아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차이점이 뭐였다고 보나. “위증교사 재판 현장에도 직접 가 방청했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위한 통상적인 증언 요청 정도로 받아들이더라. 개인 간의 대화 녹취가 증거였다 보니 대화 목적에 대한 해석의 영역이 생긴 것이다. 의도가 어땠는가를 따지니 교사를 한 사람은 방어권 차원에서 요구한 것이라 무죄, 이 통화의 영향을 받아 위증한 사람은 위증죄가 성립되어 버리는 판결이 나온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반면 백현동 공문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 성남시가 혁특법 43조에 의한 국토부 장관이 요구하는 사항으로 볼 수 있는지,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물었고 국토부는 혁특법에 의한 사항이 아니며 ‘귀 시에서 적의해 판단할 사항’이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공문으로 인해 해당 재판은 이 사안이 당시 대선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 형량을 결정하는 문제만 남게 됐다.”

- 대선 당시 이 대표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언급했나. “지난 대선에서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토부가 협박했었다고 발언하며 오히려 국민의힘을 공격했었다. 현장에 피켓(설명자료)까지 준비해 와서는 적극 해명했다. 즉흥적 발언이 아닌 것이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목적으로 계획적인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인정되어 형량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23일부터 항소심이 시작됐다. 선거법 판결은 판례가 많아 앞선 판결이 잘 엎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1심 선고가 2년이 넘게 걸렸다. 너무 늦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범 재판을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 3개월 안에 끝마쳐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2심부터라도 6·3·3 원칙을 지켜야 한다. 2심에서 1심과 같은 형이 확정된다면 최종심에서도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2심은 집중심리로 빠르게 진행될 것 같으니, 오는 2월 15일 이내에 선고가 이뤄져야할 것이다.”

-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경우 지금 이 대표에 어떤 영향이 갈 것이라고 보나. “민주당이 분열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반명(反明) 말살공천으로 친명(親明) 천하를 만든 민주당이지만,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다는 것은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숨겨온 반명본색을 드러낼 의원들도 상당히 많을 거라 본다.”

-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 대표 재판에서 오전만 출석하고 오후에는 국회 본회의를 이유로 불출석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재판을 마음대로 불출석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의 특권을 이렇게 악용한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변호인 미선임부터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미수령까지… 시간끌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괘씸죄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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