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한 명태균씨. photo 뉴시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선거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5선)이 전격 구속됐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명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명씨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같은해 6월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자신이 밀던 김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단수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한 대가로 국회의원 당선 직후부터 명씨 측에 수십 차례에 걸쳐 7600만여원의 세비(歲費)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실시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국민의힘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활동한 배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했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들의 영장은 기각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에 각각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한때 명씨의 최측근으로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과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회계책임자)을 지낸 강혜경씨는 “지금부터 매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여론조사) 돌린다. 돈 달라 해야지. 돈은 모자라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한테 얘기해서 A, B, C한테 받으면 된다”는 명씨의 육성을 폭로한 바 있는데, 이를 검찰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1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한 김영선 전 의원. photo 뉴시스

명태균, “미래한국연구소 나와 무관”

이제 검찰의 칼날은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른바 ‘공천헌금’이 들어온 곳은 미래한국연구소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미래한국연구소는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명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한국연구소는 내(김태열) 것”이라는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의 대화를 녹취록 형태로 폭로하기도 했다. 자연히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로부터 미래한국연구소로 건네진 돈 역시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이 명씨 측 주장이다.

실제로 명태균씨와 미래한국연구소의 연관고리는 명씨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식 때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직함으로 초청받았다는 사실 정도다. 정작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 등기부등본 등 회사 관련 서류에서는 명씨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회사의 최초 주소지가 과거 명씨가 운영했던 광고대행 및 텔레마케팅 업체 ‘좋은날’과 같은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KT마산지사(옛 동마산전화국)로 등장하는 정도다.

도리어 법인 등기부등본상에는 과거 대표이사로 김영선, 사내이사로 강혜경의 이름이 올라와 있고, 현재 대표이사는 김태열씨로 등재돼 있다. 명씨의 존재가 정작 공식 서류상으로 확인되지 않는 셈. 이 같은 주장에 김영선 전 의원 측은 “등기를 하고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1~2주 만에 폐업하려고 했는데, 자기네들이 넘겨달라고 해서 넘겨준 것”이라며 “도리어 강씨가 넘겨받은 뒤 변경을 하지 않아 오래가게 된 것”이라고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했다.

김태열씨 역시 최근 한 지인에게 “법적인 문제들을 법인등본상 명의 대표인 나에게 뒤집어씌우면서 지금도 본인(명태균)은 연구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제 운영자로 지목된 명씨나 법인 등기부등본상 대표를 지낸 김영선 전 의원, 김태열 소장 모두 일단 미래한국연구소와 선을 긋고 있는 셈.

반면 의혹을 최초 폭로한 강혜경씨는 명태균씨를 겨냥해 “법적 문제만 생기면 ‘난 모른다’ ‘아무 상관없다’고 한다”며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임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선ㆍ김태열도 관계 부인

강씨의 말처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와의 연관고리는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관련자 모두를 잘 아는 경남의 한 선거관계자에 따르면, 명씨는 2016년 총선 때 경남도 일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좋은날리서치’(시사경남의 전신)를 정리해 ‘미래한국연구소’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집기 등에 대한 대여료 명목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수령해 간 것으로 알려진다. 강씨 측은 최근 관리비·집세·가스비·휴대폰 요금 등 각종 명목으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이른바 ‘명사장님(명태균)’ 앞으로 지급했다는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명씨는 “시사경남의 권리금 1억원을 3년에 걸쳐 푼돈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시사경남’은 미래한국연구소가 발행한 인터넷신문으로 현재 폐간된 상태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각각 소장과 부소장으로 한솥밥을 먹은 김씨와 강씨는 ‘시사경남’에서 각각 발행인 겸 보도국장(김태열), 편집국장(강혜경)을 맡기도 했다. 자연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개입 의혹과 함께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강혜경씨와 미래한국연구소의 현재 대표인 김태열씨가 이른바 ‘공천헌금’ 전달 과정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추가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김씨를 겨냥해 “김태열 소장은 미래한국연구소를 인수하자 어떻게 카드빚 6000만~7000만원 갚고, 아파트 2채도 사고, 거제 석산에 억대 투자를 했을까”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때 민주당이 ‘공익제보 보호 2호’로 검토한 김태열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옛 보좌관 출신으로, 김 전 의원과 경남 거창 동향의 7촌 아저씨뻘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 측에 따르면, 2018년 경남지사 선거 때 당초 경기도 고양에서 4선까지 한 김 전 의원을 고향인 경남으로 내려올 것을 권한 인사도 김씨로 알려진다.

명씨는 민주당이 ‘공익제보 보호 1호’로 지정한 강씨를 향해서도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건넨 억대 돈이 강혜경·김태열 개인 통장으로 왜 들어갔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로부터 받은 이른바 ‘공천헌금’은 ‘김태열→강혜경→명태균’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녹취를 폭로한 강씨는 의붓아버지 병원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강씨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부인하며 “명씨가 자꾸 돈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것은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진실 발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비롯해 ‘공천헌금’을 제공한 예비후보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강씨나 김씨에 대한 영장청구는 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이 지난 1월 경남도 선관위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선관위는 지난 7월에는 김영선 전 의원 역시 ‘회계감독 태만’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한 바 있다. 전직 선관위 관계자는 “강씨나 김씨는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일단 구속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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