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9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일부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제 운영자 명태균씨가 2016년 총선 때부터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과거 명씨가 CEO 명함을 파고 다녔던 인터넷매체 ‘시사경남’ 의뢰로 명씨가 실제 운영자로 있었던 ‘좋은날리서치’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공표 여론조사 중 일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표불가’ 처분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 중 공표가 금지된 1개 여론조사는 명씨가 주무대로 활동한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2016년 총선 전 여론조사다. 명씨는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2022년 6월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밀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단수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내가 김영선이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의 육성까지 공개된 상태다. 이에 11월 8일 명씨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2022년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공천개입 의혹은 물론, 과거의 여론조작 의혹도 함께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들 발칵 뒤집은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좋은날리서치는 시사경남 등의 의뢰로 2016년 1월부터 같은해 4월까지 총 9건의 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비공표 여론조사 제외) 모두 경남 지역 국회의원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가운데 좋은날리서치가 2016년 1월 뉴스경남 의뢰로 실시한 ‘경남 진주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와 2016년 3월 시사경남 의뢰로 실시한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는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의뢰자·조사기관 등과 함께 여론조사 세부내역을 ‘질문지’ ‘결과표’ 등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한데 이 두 건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만 결과표는 물론 질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측에 확인한 결과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어서 공표불가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선관위 측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좋은날리서치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경남도 일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당시부터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문제가 된 2건의 여론조사와 함께 시사경남 의뢰로 좋은날리서치가 각각 창원시 마산회원구와 창원시 진해구에서 실시한 2016년 총선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여론조사는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는데,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현역 의원의 경쟁력이 예비후보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이들 여론조사 결과표를 확인하면 창원 마산회원구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에서 당시 3선 현역이었던 안홍준 의원의 ‘출마예정자 상대적 적합도’는 27.8%로, 윤한홍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현 창원 마산회원구 국회의원)의 47.1%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왔다. 심지어 안 의원은 당내 경선 가상대결에서도 윤한홍 전 부지사(58.6%)에 비해 월등히 낮은 31.8%에 그쳤다.
같은해 2월 창원 진해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논란이 일었다. ‘출마예정자 상대적 적합도’에서 당시 현역인 김성찬 의원이 정치경력이 전무한 한 지방기업인 출신 예비후보에게 밀려 조사대상 중 3등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 당시 여론조사에서 박모 예비후보는 29.9%의 지지를 얻어 27.3%에 그친 김 전 의원을 눌렀다.
이 같은 결과에 당내 경선을 준비하던 현역 의원들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당시 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의뢰자인 시사경남은 지난 2월 1일 인터넷매체로 등록, 도지사가 같은 달 23일 승인한 매체고, 시사경남의 편집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여론조사 기관 (주)좋은날리서치 소속으로 활동하는 등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이 밀접하게 연계돼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성토했다.
이어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 자체수집DB(데이터베이스) 5만405개 중 1만9008개를 사용하는 조사방법으로 실시했고, 무응답층이 7.4%에 불과(통상 30%)해 조사대상 선정부터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좋은날리서치는 ‘진주 국회의원 여론조사’와 관련해 이미 지난 2월 1일 경남도선관위로부터 가중값 배율 위반, 완료표본 중복 사용 등 중대한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 제재를 받아 공정성에 큰 결함이 있는 조사기관이므로 이번 여론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고도 항의했다.
인터넷 언론 ‘시사경남’ 게이트
이 같은 지적처럼 좋은날리서치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이 회사가 ‘좋은날리서치’에서 ‘썬리서치’를 거쳐 ‘시사경남’으로 상호가 변경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씨는 과거 창원에서 ‘좋은날’이란 광고대행 및 텔레마케팅 업체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이후 유사한 이름의 ‘좋은날리서치’란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등에도 관여한 것이다. 명씨는 2015년 좋은날리서치가 경남도립거창대학 등과 산학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을 드러낸 명씨는 물론, 민주당이 ‘공익제보 보호 1호’로 선정한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회계책임자) 출신의 강혜경씨 역시 과거 시사경남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이 ‘공익제보 보호 2호’로 선정을 한때 검토했던 김 전 의원의 옛 보좌관 김태열씨도 시사경남 발행인 겸 보도국장을 지낸 바 있다. 김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강씨는 부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명태균 게이트’는 기실은 현재 폐간된 ‘시사경남 게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좋은날, 좋은날리서치, 시사경남, 미래한국연구소에 등장하는 법인 주소 역시 모두 동일하게 창원 마산회원구의 KT마산지사(옛 동마산전화국) 빌딩이다. ‘명태균 게이트’의 등장인물 모두와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경남의 한 선거관계자는 “명씨는 과거 동마산전화국의 사무실에서 아줌마들을 고용해 전화 여론조사를 하던 인물이고, 강씨는 명씨 밑에서 여론조사 아줌마들을 모집하던 모집책”이라며 “김태열씨는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별다른 직책을 얻지 못해 화가 많이 나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법 적용은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등장인물 모두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