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0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늦어도 오는 4일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세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곧바로 재표결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이탈 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특검 법안과 관련해 “정부가 이미 수차례 재의를 요구하여 국회 재의결 결과 폐기된 법안들에 대해 야당이 위헌성이 한층 가증된 법안들을 또다시 밀어붙이는 의도를 합리적인 국민께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는 정부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세 법안은 지난 19일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해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4일까지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곧장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이 4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토요일인 5일에라도 본회의를 소집해 재표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하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과 관련해 “(김 여사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10월 10일까지이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 적절하게 알아서 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확정되려면 국회 재표결에서 재적 3분의 2(200석)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의석이 108석인 국민의힘에서 의원 8명 이상의 이탈 표가 나오면 김건희 특검법 등이 재가결돼 법률로 확정된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이탈 표 단속’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쌍특검법’과 ‘지역화폐 현금 살포법’에 대해 재의를 하게 되면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쳐 폐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재의 표결과 관련해 “이탈 표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여야 사전 합의를 뒤집고 여당 몫 인권위원 선출안을 부결시켰는데,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의 단일 대오 분위기가 한층 강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합의를 깨는 뒤통수를 쳤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몫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직후 이뤄진 ‘방송 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 표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재표결 때는 부결·폐기 수순으로 갈 것”이라면서 “다만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여론이 더 악화하기 전에 여권 수뇌부가 야권 공세에 맞설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