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연일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했던 두 주역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각각 퇴진을 예고하면서 한국에 대한 우방국들의 안보공약과 대북(對北) 단일대오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과거 집권 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3차례에 걸쳐 만난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4년 만에 복귀하면 미국이 남한을 배제한 채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2021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청와대 내 간첩암약설을 제기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김국성(가명) 전 북한 정찰총국 대좌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접촉에 나서면 한국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며 “선제적 대북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울러 최근 리일규 주(駐)쿠바 북한대사관 참사 등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행렬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정권 붕괴론과 관련해서는 “3만4000여명의 탈북자 중 과반수는 국경 지역 지방에 있는 여성과 청소년들로 나를 포함한 엘리트 탈북은 극소수”라며 “한국식 사고로 북한을 진단하면 상황을 오판할 수밖에 없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씨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숙청 이듬해인 2014년 남으로 망명을 감행해 서울로 들어왔다. 김정은이 집권 초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장성택 라인’으로 몰려 숙청대상이 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탈북을 선택한 것이다. “장성택과 30년간 특별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그는 북한에서는 장성택의 처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가 하사한 2160번호판으로 시작하는 벤츠를 몰고 다닐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216’은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뜻한다.
탈북한 지 10년째인 그는 현재도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데, 북한이 ‘공화국 창건일’로 기념하는 지난 9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양복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이 밖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경계했다.
- 오늘 '9·9절'인데 김정은이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도 안 하고, 할아버지 김일성과 거리를 두는 것 같다. "김정은은 김일성 생전에 한 번도 못 나타난 사람이다. 김정일이 김일성 앞에서 김정은을 떳떳한 자식으로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일찍 낙점되면서 당 간부들도 거기에 보조를 맞췄다. 그래서 김정일의 은밀한 사생활이 김일성에게 보고가 안 됐다. 김정은의 모친 고용희는 재일교포다. 재일교포는 북한에서 김일성이 절대 부정했던 일본인으로 취급한다. 북한은 독일의 아리아족처럼 순수 혈통을 중시하고, 재일교포를 불순물로 본다. 1959년 재일교포 북송사업 때부터 재일교포가 10만~12만명 정도 들어왔는데도 당 일꾼을 한 사람이 누구 있나? 한덕수(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초대 의장)의 딸 정도일 것이다."
- 김정은이 최근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했다. "김정은은 집권자이자 정치인으로서 정상적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본다. 젊은 지도자로서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범의 가죽을 찢고 단독으로 독립적인 국가의 지도자라는 명분을 살릴 때가 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이라는 사회를 젊은 사람이 끌고 갈 수가 없다. 지금 북한은 김정은 중심의 당 영도 아래 핵무력을 핵심으로 한 '제2의 조선'을 창건하는 것과 같다."
- 선대 유훈인 '민족'과 '통일' 폐기에 대한 구세대의 반발은 없나. "절대 없다.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만든 데 더해 아버지 김정일이 만든 정치적 토대에 기인한다. 김정은은 이 같은 진단을 하고 자신이 아무렇게나 해도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확신한 것이다. 김정은의 생각은 당 중앙위를 비롯해 전체 당원들이 지지한 것이다. 맹목적으로 김일성에 반대한다가 아니다. 선대 수령들의 위업인 핵무력을 핵심으로 한 토대 위에서 변천된 세계 환경의 정치정세 속에서 국가를 이렇게 가지고 간다는 전략적 제시를 당원들이 믿는 것이다. '한 개의 조선, 두 개의 국가론'을 펴려면 우선 민족 폐기론을 펼쳐야 한다. 핵무력을 핵심으로 한 독립된 자주국가로서 남한과 얽혀 돌아가지 말자는 얘기다."
- 리일규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 등 고위층 탈북이 이어진다. 북한 붕괴가 임박했나. "북한이 무너진다고 한 것이 1994년 김일성 사망했을 때부터 이미 30년째다. '김정일이 죽으면 무너진다' '김정은은 5년 내에 쓰러진다'고도 하지 않았나. 미국이 북한 비핵화시킨다고 30년간 마주서왔다. 그런데 결과가 뭐냐. 오늘날 북한은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핵무력 국가가 됐다. 북한의 핵무력을 미국이 만들어준 꼴이다. 가까운 과거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 북한 무너진다는 것은 가을의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 지난 7월 말 신의주에서 일어난 압록강 수해로 피해가 심각하다는데. "북한은 사람이 죽었든 살았든 별로 걱정 없는 나라다.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다. 애민(愛民) 지도자로서 위상을 한층 높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령주의로 살아온 사람들이라서 지금과 같은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김정은 원수 만세' 소리가 나온다. 우리는 누가 죽어도 대통령한테 뭐라고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수해주민들을 평양 '4·25문화회관'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수해주민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수해가 없었다면 판잣집에서 평생 살 사람들 아닌가. 북한에서 평양은 천당이다. 조만간 문화주택도 제공할 것이다."
- 영부인 대상 '몰카' 공작을 한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도 북한과 관련 있을까. "재미교포는 대남 적화공작의 주요 원천이다. 최재영이란 사람의 모든 행보,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제 머리로 하는 행동이 아닌 것 같다. 북한 공작방안대로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북한에 5~6차례 갔다고 하는데 아무나 갈 수 없다. 북한에서 차단하면 못 가는데, 필요하니까 불러들인 것이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목사가 미국에서 활동하지 왜 한국에서 활동하나. 아마 '대통령 라인' 구축 같은 공작일 것이다. 우리 검찰은 대공수사 관념이 좀 약하다. 법적인 잣대로만 하려고 하다 보니 북한도 거기에 맞게 활동시킨다."
- 김정은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구를 선호할까. "당연히 트럼프다."
-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사실 북한은 미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김일성·김정일 때 없었던 국방력, 즉 핵무력을 가진 상태기 때문이다. 핵무력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김일성이다. 김일성은 '앞으로 지구의 중심은 조선이다'라고 말했다. 자위의 최종목적인 핵무력을 이미 가진 터라 북한은 미국 대선을 관망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는 '우리랑 회담하자'가 아니고 '내 요구 받고 들어오라' 이거다. 북한은 경제적 압력을 가해도, 유엔 제재를 해봐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무반응이다. 1994년 지미 카터(전 미국 대통령)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산보하면서 '김주석님, 대북 제재를 풀어주겠다'고 했을 때 김일성 반응이 뭔지 아나. 그때 김일성은 '카터 선생, 제재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우'라고 했다."
-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북 접촉이 재개될까.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최고 목표가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도 북한의 최종 목적은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다. 핵무력을 가짐으로써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거지나라' '망하는 나라'라고 하는데, 미국 대선에서 김정은만 입에 오르내리지 않나. 미국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로 김정은에 관심을 가진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김정은이 '평양으로 들어오라'고 할 것이다. 트럼프는 십중팔구 평양으로 갈 것이고, 평양에 도착하면 아마도 환호의 폭포가 쏟아질 것이다."
- 일본도 총리 교체와 함께 북한과 접촉에 나설까. "일본의 기시다 총리도 김정은과 만나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과거 김정일과 만났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아들(고이즈미 신지로)이 신임 총리로 유력하다고 한다. 일본 총리가 누가 되든 북·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나설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모친 고용희가 재일교포 출신인 점을 들어서 아마도 일본과 말을 풀어 나갈 것이다."
- 김정은이 미국·일본과의 접촉에 선뜻 나설까. "김정은은 딱 가운데 앉아서 자기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고 할 것이다. 상봉해서 성과가 있든 없든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회담처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켜 정치적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받아들일 것이다."
- 미·북, 일·북 접촉이 재개되면 남한만 고립되는 것 아닌가. "김정은이 이미 '두 개 국가론'을 내놓지 않았나. 미국과 만날 때는 이를 기본으로 남한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만날 것이다. 지금도 유엔에 남북한이 동시가입했다고는 하지만 무슨 문제를 논할 때는 자연스럽게 남과 북이 엮인다. 김정은은 이게 싫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제부터는 한 국가의 통수권자로서 미국과 당당히 대면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민족개념을 두고 왕왕대던 우리 한국으로서는 완전히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만다. 멍멍이가 되고 만다."
-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접촉해야 한다. 선(先)조치 해야 한다. 지금 북한과 관계가 악화됐을 때가 오히려 기회다. 이런 것을 해내는 것이 정치력 아닌가.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앞서 있다고 자고자대하고 만족하면 안 된다. 우리가 잘산 지는 30년밖에 안 된다. 이 30년 동안 남한 사람들은 자만자족하면서 우월주의에 빠졌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북한을 '거지나라'로 보는데 그렇게 보면 안 된다. 북한 문제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북한은 우리 몸에 달린 암덩어리, 시한폭탄과 같다. 북한은 정치·경제·군사·문화·외교의 역대 모든 역량을 남조선 해방에 두어 왔는데, 우리 역시 모든 것을 북한 문제 해결에 두어야 한다."
- 어떻게 대북접촉의 물꼬를 틀 수 있나. "목적이 섰으면 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뿌리 깊이 아는 사람, 수뇌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 수뇌부와 관통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 인재 아래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역대 남북 관계는 국정원이 해왔는데, 북한은 국정원을 안 믿는다. 국정원을 모략의 소굴로 보고 인간 자체를 안 믿는다. 통일부는 아무 힘도 없는 하수인으로 본다. 민주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은 바람몰이 하는 데고. 만약 대통령 직속기관을 만들면 북한은 이를 대통령의 의지로 판단하고 한 번 만나보자고 할 것이다."
-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보나."아닐 것이다. 김정은이 딸을 데리고 다니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지도자는 내 자식 중에서 나온다'는 것과 '애민지도자이면서 나도 아버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일성은 김정일이 대략 19살 때 후계자로 낙점했다. 김정일 역시 김정은이 대략 19살 때 후계자로 찍었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이 왔을 때 김정은은 이미 지도자가 됐다. 김정은이 아닌 밤중에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김정은은 아직 나이가 젊은데, 10살 남짓 딸을 데리고 벌써 후계 바람을 피울 것 같지는 않다. 아들도 있다는데 아마 알뜰히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 '주애'로 알려진 김정은 딸의 이름이 '주예'라는 주장이 나왔다. "아마도 주애가 맞을 것이다. '주예'는 북한에서 잘 안 쓰고, '주'자랑 '예'자랑 언어적으로 결합이 잘 안된다. 북한에서는 여자들한테는 '주해' 또는 '주혜'라고 하지 '주예'라는 이름은 잘 쓰지 않는다."
- 4대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없나. "없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80년을 다져온 체제다. 그래서 김정은이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일종의 정신적 불구자, 기형아가 됐다. 목숨 바쳐 수령을 위해 충성하고, 수령이 만민의 태양이고 날 살려준다고 믿는다. 정신교육, 사상선동교육을 계속 하면 정신적 측면에서 변화가 온다. 김정은한테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안체계가 너무 철저해서 집에서 방귀 뀌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다. 조용원(당 조직비서), 최룡해(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정천(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집에도 다 도청장치가 되어 있다. 알고서도 충성하는 것이다. 북한이 무너지는 것은 김정은 한 명이 사라질 때밖에 없다. 김정은이 살아있기 때문에 정치사상강국이란 체제가 작동하는데, 한 명이 없어지는 순간 개판이 되고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 김정은 유고(有故) 시 여동생 김여정이 권좌를 이어받을 가능성은. "불가능하다. 자기가 살기 위해 혈통론을 중시하지 북한은 당에서 '닭도 꿩이다'고 하면 꿩이 된다. 김정은이 만약 사라지면 그 즉시 김여정도 사라진다. 요만한 단발머리 소녀한테 70~80세 먹은 노인들이 '예예' 하겠느냐. 지금 김정은한테 '예예' 하는 것도 그렇게 하면 나한테 권력이 생기고, 내 집안이 잘 먹고 잘살고, 내 자식이 잘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운명공동체가 된 것이다. 김정은이 무너지는 순간 당 중앙위는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다. 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권력의 심장이고 북한 전체를 통솔한다. 유족들도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