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6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양천구갑에 출마하는 황희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서울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4·10 총선을 앞두고 연이은 공천파동을 겪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다.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물론, 전통적 ‘텃밭’인 호남 민심 역시 심상치 않다. 다만 민주당 전반에 드리운 총선 패배의 우려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이탈한 민심이 국민의힘이나 제3지대가 아닌 ‘무당층’으로 돌아선 만큼 공천을 마무리한 지금부터 다시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사심’ 유무다. 이 대표는 앞서 마지막 위기 해결책으로 언급된 비대위 체제 전환이나 자신의 불출마 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대표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보다 당권·대권 유지를 더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6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결국 탈당했다. 총선을 앞두고 10번째 현역 의원의 탈당이다. 4선 중진이자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구심점이던 홍 의원은 ‘정치적 학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민주당의 공천과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 대표가 151석이 총선 목표라고 했지만,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이 대표는 탈당한 인사들에 대한 작심비판을 이어나갔다. 이 대표는 친문계 황희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양천갑을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교체된 중진 11분 중 탈당한 두 분이 계시는데 오늘로 세 분이 되신 것 같다. 기존에 탈락한 두 분은 경선해도 안 되니까 나간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권성동과 김영주의 공통점은?’이라는 짧은 게시글을 올리며 현역 하위 20% 평가에 반발해 탈당한 김 의원이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점을 겨냥했다.

“전대 규칙 변경, 패하더라도 당 장악 계획”

앞서 이 대표는 김영주·박용진·설훈 의원 등 비명계 다수를 현역 하위 20%에 포함해 끝내 컷오프한 데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공천에서 배제하면서도 “입당도 탈당도 자유”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연이은 잡음에도 이 대표가 보여준 이런 ‘담대한’ 태도는 총선을 시작으로 대권플랜을 가동하며 비명계 학살과 공천파동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지난 3월 2일 임종석 전 실장은 민주당 지도부가 자신의 요청을 외면하고 컷오프 결정을 유지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실장이 언급한 ‘속내’는 자신에게 험지 출마를 권하고, 결국 공천에서 탈락시켜 원내 입성을 막은 이 대표의 의중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대표 입장에서 친문계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승리를 가져올 ‘아군’이라기보다는 차기 당권 장악, 나아가 대선가도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에 더 가까울 수 있어서다.

임 전 실장이 결국 지난 3월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잔류를 택한 것 역시 총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경우 이 대표 책임론 속에 헌신하고 당을 지킨 임 전 실장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조기숙 새로운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의힘 공천도 잘된 공천은 아니다. 현역이 워낙 적어 잡음이 덜 나오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친명은 거의 단수공천을 받았고, 비명에는 불공정한 공천을 했다. 무엇보다 임 전 실장, 홍영표 의원을 컷오프한 것은 당권을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사인이다. 그래서 총선 전 전당대회 규칙부터 바꾼 거다.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임 전 실장이 당권을 가져가기는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야권에서는 앞서 민주당이 전당대회 규칙을 변경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 의지로 해석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대의원의 표 비중을 낮추고 그만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높이는 전당대회 규칙 변경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분란의 소지가 있는 전대 규칙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까지 당 대표 연임 전례는 없지만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대표 연임을 막는 조항도 없다. 이를 두고 앞서의 조 위원장은 “이 대표는 정말 꼼꼼히 설계하는 분이다. 비록 총선을 패하더라도 또 당을 장악하겠다는 빅피처를 가지고 자신 있게 조직해 놨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월 2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 대표가 오래전부터 이번 선거를 패하기로 결심했다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총선에 패할 것을 예측했고, 자신도 떨어질 걸 예측해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세우거나 (반발을) 무시하고 또 나오기 위해 규칙을 바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진보당과 연대하기로 한 것 역시 이 대표의 사심을 의심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시민사회 등과 함께 지난 3월 3일 범야권 비례위성 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했다. 비례 20번 안에 민주당 10석, 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사회에 10석을 배치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이 헌재의 해산 명령을 받았던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의 국회 입성에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진보당은 NL계열 경기동부연합 세력이 장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경기동부연합과 긴밀한 관계였다는 의심도 받아왔다. 결국 비명·친문을 밀어낸 이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전투력이 센 진보당, 경기동부연합을 원내로 끌어당기는 것이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 연대, 왜 진보당인가?

이에 대해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통진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념 세력’의 국회 진출을 위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는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경기동부연합과 긴밀한 관계로 의심된다. 경기동부연합 등 이념세력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숙주로 성남시, 경기도를 지나 이제는 국회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비례 3석과 울산 북구 단일후보 당선이라면 벌써 4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성남시장 당선 당시 민노당 김미희 의원을 인수위원장에 앉히고, 무상급식지원센터 등 산하기관에 경기동부 출신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경기도지사 당시에도 관련 인력들이 경기도로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를 맡고 있는 3선의 정용한 성남시의원은 “경쟁자를 다 쳐내는 이재명식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경기동부를 끌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며 가장 먼저 손잡았던 사람이 경기동부의 실세 김미희다. 성남시는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인데, 이분들의 득표율이 5%다. 경기동부가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우 대안연대 공동대표 역시 “이 대표가 통진당 세력 부활의 길을 열어줬다”며 “일반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오해하지만, 진보당은 지층에서 꽤 역량이 있다. 민주당과 대등한 협상을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부족한 몇 프로를 채울 정도는 된다”고 전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다른 야당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차선책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먼저 손 내민 녹색진보당은 연대를 거부했다. 일관된 길을 걸어온 강력한 정체성의 녹색진보당으로선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며 “녹색진보당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야권을 묶어내기 위해 진보당, 시민사회 등과 연대했다. 이들에게 앞자리를 주겠다고 한 것은 작은 정당들에 대한 배려”라고 평가했다. 이어 “차기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원내 한 석이라도 있는 정당은 크게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에 국회의원을 한 명 만들어내긴 했지만, 진보당 역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새로 만들어진 정당이라 민주당 주도의 플랫폼 참여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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