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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4년 들어 신종(新種) 핵 타격 무기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1월 5일과 6,7일 서해상으로 200발 이상의 포 사격 도발을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부터 28일까지 나흘에 한 번 꼴로 최신 무기를 쏘았습니다.
변칙 기동 성능을 갖춘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14일), 동해에서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19일), 서해에서 ‘불화살-3-31′ 신형 전략 순항미사일(24일), 동해에서 ‘불화살-3-31′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28일)….
북한은 이미 최소 80~90기의 핵 탄두(한국국방연구원·2023년 1월12월 보고서)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말 조선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主敵)’으로 규정하면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은 주의깊은 분석 대상입니다.
“남조선의 전 영토 평정”, “대사변(大事變)” 같은 김정은의 언사(言辭)를 단순 엄포·공갈로만 보기 힘든 국면인 것입니다.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확대한 북한이 치명적인 군사적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ADD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기관
그런 점에서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Agency for Defence Development)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기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무기 개발·시험 전담 기관인 ADD는 고위력·핵 장착 신무기를 쉴새없이 내놓는 북한에 맞서 싸우는 최첨병(最尖兵)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달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동일한 ‘가급(級)’ 국가보안시설인 ADD를 찾았습니다. 준(準)군사 시설로 지정돼 있는 관계로 이곳은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사전(事前) 신원조회를 거친 저는 관계자 안내를 받아 ADD 영내에 들어가 휴대전화·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를 출입 검색대에 맡겨 놓고 취재를 했습니다.
북한과의 맞상대가 주임무인 ADD는 K-방산(防産)을 세계 5위로 키운 견인차이기도 합니다. 언론에 공개된 ADD가 개발 중인 무기만 전자기펄스(EMP), 스텔스 무인(無人) 전투기, 레이저 대공무기, 양자(量子) 송·수신기술, 정찰위성 등입니다. 최근에는 고체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시험비행 성공과 1발로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김정은 벙커’를 파괴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5′, 군 정찰 위성, 중고도 무인기 개발 등을 이뤄냈습니다.
◇無에서 有 창조...세계 5위 ‘K-방산’ 견인차
하지만 ADD가 출범한 1970년 8월 당시, 우리나라는 소총(小銃) 한 자루도 만들지 못하는 ‘무기 불모지(不毛地)’였습니다. AK소총과 기관포까지 자체 생산하던 북한에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국가 안보를 주한미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1969년 7월 25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출혈(出血)은 더 이상 없다”는 ‘닉슨 독트린’은 한국에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습니다. 이듬해 7월 5일 닉슨 행정부가 ‘주한미군 7사단 철수’를 일방통보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한 달후 ‘ADD 창설’ 지시를 내렸습니다.
ADD는 ‘홍능기계’ ‘대전기계창’ 같은 위장 명칭을 쓰면서 한국 중공업 개척의 숨은 주역인 김재관 박사, 미국 MIT 출신 이경서 박사, 군 장교 출신 핵물리학자 구상회 박사 같은 S급 해외 인재를 데려왔습니다.
1971년 11월 10일 박 대통령은 그해 12월 30일까지 소총·기관총·박격포 같은 무기의 시제품을 만드는 ‘1차 번개사업’을, 다음해에는 품목을 추가해 ‘2차 번개사업’을 하명(下命)했습니다. 그때마다 ADD연구원들은 완수했고 1978년 9월 26일에는 착수한지 6년 만에 유도탄 ‘백곰’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800여명의 연구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목숨 건 사투(死鬪) 끝에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탄도미사일 개발국이 됐습니다. 당시 주역인 이경서 박사는 저서 <박정희의 자주국방>에서 “‘백곰’은 한국형 무기 개발과 우주개발의 첫 신호탄이었다. ‘백곰’이 있었기에 미사일 ‘현무’ 시리즈와 우주발사체 나로호, 초음속 전투기 KF-21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1982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ADD내 유도탄 개발 팀을 해체하고 정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연구원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1983년 9월 대한항공기(KAL) 격추 사건과 다음달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태를 겪으면서 ADD는 국방력 강화의 총본산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 “ADD를 통째로 사고 싶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3년 동안 투자액(약 54조 3000억원) 대비 11배 넘는 경제 효과(약 584조 1000억원)를 냈다”고 평가(산업연구원·KIET)받는 ADD는 우리나라 최고 과학기술자들을 배출한 요람(搖籃)입니다. 오명 전(前)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고(故) 서정욱 과기부 장관, 고 이만영 한양대 부총장, 고 한필순 원자력연구원장, 홍재학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미사일 전문가인 이경서·정규수 박사 등이 모두 ADD 출신입니다.
2019년 6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ADD 본부를 찾아와 “ADD를 통째로 사 갖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ADD의 실력은 1969년 7월 개원한 대만의 중산(中山)과학기술원(NCSIST)을 압도합니다. 대만은 2023년 9월 첫 자국산 ‘하이쿤(海鯤)’급 잠수함을 진수하고 2027년 취역시킬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1994년 6월 국내 최초 건조 잠수함인 ‘이천함’을 취역시켰습니다.
◇北 국방과학원, ADD 보다 연구원 수 6~8배 많아
현재 ADD에는 연구원 2500여명을 포함해 3000여명의 정규직원이 있습니다. 연구원은 대부분 박사 또는 석사학위 소지자입니다. 2024년도 총예산은 연구개발비와 기관 운영비를 합쳐 3조원에 육박하며, 미사일연구원, 첨단과학기술연구원, 지상·해상·항공기술연구원, 국방시험연구원 등 6개 연구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형 3축(軸) 체계 ▶유·무인 체계 ▶4차산업혁명용 첨단 무기 등 개발을 위한 편제(編制)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박종승 ADD 소장은 “전시(戰時)에 전쟁을 치르는 게 군인(軍人)이라면, 우리 ADD 연구원들은 평시에 북한과 매일 기술 전쟁하는 군인들과 다름 없다. 하루하루 북한과 ‘군사과학기술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좌고우면 않고 주야장천(晝夜長川)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명의 ADD 관계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들은 “우수 인력 확보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답했습니다. “모든 업무가 정부 주도의 비밀 무기 개발·시험인 만큼 학회에 논문 게재와 특허 등록을 할 수 없다. 고위력 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같은 비닉(秘匿·비밀스럽게 감춤) 사업을 하는 연구진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ADD 실장급 관계자)
◇ADD연봉은 21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11위
2021년 9월 15일 세계 7번째로 SLBM 개발에 성공한 ADD 연구진의 경우, 성과 보상이나 격려금 없이 미미한 수준의 인센티브만 받았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력으로 일부 개선 중이지만, ADD는 아직도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연구자들의 헌신(獻身)을 요구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공개된 ADD 임직원의 평균 연봉(9901만원)은 21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11위입니다. 2022년 기준 1위(한국전자통신연구원)부터 9위(한국재료연구원)까지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데, ADD 연봉은 2017년 대비 5년 동안 306만원 인상에 그쳤습니다. 이는 삼성전자·LG전자·카카오·네이버 등 5개 민간기업의 74% 수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ADD 직원은 “우리가 하는 업무의 중요성이 어떤 민간기업 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본다. 모든 업무를 숨어서 하며, 주말도 반납하고, 바다나 산에서도 일하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더 좋은 대우를 해줘야 최정예 인재들이 입사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ADD와 정면 대결하는 북한 국방과학원은 자체 연구원만 1만 5000~2만명이며, 조수와 실험수를 합하면 총 6만~7만명 규모에 60여개 산하 연구소를 두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업어주고, 초현대식 아파트 사는 北 연구원들
“북한 연구원들은 평양시 평천구역의 ‘미래 과학자 거리’에 특별 조성된 150개의 초현대식 부대시설을 갖춘 고급 주상 복합아파트 19개동(棟)에 거주한다. 이들은 ‘공화국 노력 영웅(英雄)’ 칭호와 노동당 우선 입당, 선(先)순위 식량 배급 같은 특혜를 받는다.”
이로 인해 김정은국방종합대학, 룡성약전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졸업한 최우수 영재들이 앞다퉈 국방과학원 근무를 자원(自願)하고 있습니다. 또 무기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 풍토가 정착돼 있고, 정권 1인자인 김정은은 큰 성과를 낸 연구자들을 직접 업어주거나 맞담배를 허락하는 파격(破格)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 ADD 전폭 지원해야
정권 차원의 총력 지원은 북한이 비약적인 첨단 무기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 보고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및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군사정찰 위성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ICBM ▶핵추진 잠수함 및 SLBM 보유 같은 국방력 발전 ‘5대 핵심 전략무기’를 확정했습니다.
북한은 빠른 속도로 5대 전략 무기의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습니다. 미국도 완벽하게 개발하지 못한, 음속(音速·마하·Macha)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2021년 9월 28일 북한이 처음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대 고도 30km, 비행거리 500km였으나 이듬해 1월 11일 두 번째 미사일은 최대 고도 60km, 비행거리 700km에 달했습니다.
올 1월 14일 시험 발사한 고체연료 극초음속 IRBM은 최대 고도 100㎞에 최고 마하 14 속도로 평가됩니다. 2년 4개월여만에 ‘위협적’인 성능 진전을 이룬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무기 체계를 북한이 실전 배치한다면 괌, 오키나와 등의 미군 기지와 항공모함을 직접 공격할 수 있고, 레이더 탐지와 요격 시간 부족으로 한국 안보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권 총력 쏟는 北 첨단무기 개발 급진전
ADD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고도화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체계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서울 전역을 사정권에 둔 북한 장사정포 대응 요격체계 전력화조차 지금부터 4년 후인 2028년에야 체계 개발이 끝납니다.
이렇게 본다면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최첨단·최강력 무기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드는 ‘시간’과 ‘돈’의 싸움에서 ADD가 북한 국방과학원에 확연하게 밀리고 있는 양상입니다. KIDA 책임연구위원을 지낸 김태우 전(前) 통일연구원장은 “빛의 속도로 북한은 각종 핵 장착 첨단 무기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도 ADD에 대한 지원 확대와 연구원 특별 대우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급여상한제 폐지...포상·예우 대폭 높여야
국가 차원의 아낌없는 예산 지원과 성과 보상으로 최고·최우수 두뇌들이 자부심을 갖고 걱정 없이 신명나게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 방법으로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에 적용되는 ‘급여 상한선(上限線) 폐지’를 ADD에도 도입하고, 근무한지 20~30년 이상된 고(高)경력 연구원에 대한 민간기업 취업 제한 및 재산등록제 같은 규제 해제가 거론됩니다. 뛰어난 개발 성과를 낸 과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포상과 예우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의 저자인 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979년 서거(逝去)할 때까지 9년 동안 박정희 대통령은 12차례 ADD를 찾았고 그 때마다 연구원들의 사기(士氣)를 북돋워줬다. 당시 연구진은 자녀 학자금과 주택·자동차·김장 보너스까지 받았다.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면, 50여년 전 보다 더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ADD에 대한 특별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도 필요합니다. ADD 초대 소장의 비서를 지낸 재미동포 강춘강 여사는 2023년 11월, 100만달러(약 13억원) 상당의 유산을 ADD에 기부하면서 “ADD가 강해져야 한국의 국방력이 강해지고, 대한민국 전체가 부강해진다”고 했습니다.
태평양 건너편에 사는 80대의 고령(高齡) 교포가 이럴진대, 북한의 실존적 위협에 상시(常時) 노출돼 있는 한국민들은 더욱 한마음으로 ADD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전쟁의 참화(慘禍)를 막고 진짜 평화를 향유(享有)하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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