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를 핵심 기반으로 하는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올 연말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와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원내에 자기 세력 진출을 원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간접적으로 ‘이준석 신당’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보수 세력이 제대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려면 보수의 본진인 대구·경북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신당 창당 여부는 다음 달 말에 결심하겠지만, 당을 새로 만들면 핵심 전략은 대구 본진 공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는 핵심 공략 지역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지 ‘대구 신당’을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전국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신당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기성 정당의 아성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남 출마 같은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내년 4·10 총선 전부터 100일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당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12월 말이 넘으면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어려운 과제가 기성 정당의 아성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당이 충분한 지지를 받아서 영남에서도 많은 분들이 같이 해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저는 더 어려운 과제를 찾아갈 수도 있다”며 “보수 계열 신당으로서 광주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이 차려진다면 가장 주목해야 하는 인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라며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홍 시장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친윤 후보들보다는 자기와 더 가까운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홍 시장은 전날 대구를 찾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정리’를 요구했는데, ‘이준석 신당’에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날 인 위원장이 “(혁신을)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분위기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고 했다. 이어 “듣보잡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 정리될 거다. 정리되고 난 뒤에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라며 “지금 와서 내가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를 찾아 지역 언론과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대구 민심’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홍 시장과도 자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는 지난 30여 년간 이 당을 단 한발 자욱이라도 벗어난 적 없다”며 “황교안 때는 내가 나간 게 아니라 황교안에게 일시 쫓겨난 것일 뿐 당이 내게 해준 게 없어도 나는 당을 단 한 번도 배신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10여 차례 선거에서도 당의 힘을 빌려 선거한 게 아니라 오로지 내 힘으로 했다”며 “소설 그만 썼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