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흉기 난동’ ‘대낮 성폭행 살인’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한 흉악 범죄 예방을 위해 의무경찰(의경) 제도 재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경 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병역 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폐지했는데, 이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2일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총리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치안 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의경은 기존 병력 자원의 범위 내에서 인력의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 한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수사는 인력이 많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고 경찰의 기본 업무는 현장 치안”이라며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별도로 한 총리에게 전화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협의해 치안 인력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4~5년 전까지도 의경이 2만5000명까지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의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윤 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7~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서 복무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제도로 1982년 신설됐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현역 입대 자원이 줄면서 의경을 현역 자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문재인 정부가 의경 폐지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의경은 2018년부터 모집 인원이 매년 20% 감축됐고, 2021년 6월 선발된 마지막 의경 기수가 올해 4월 전역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다만 의경 제도 법적 근거인 의무경찰대법은 그대로 있어 의경 재도입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인력난에 시달려온 현장 경찰관들은 의경 부활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 대응은 현재 경찰 인력으로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교통과 순찰 업무는 의경 폐지로 부담이 컸다”고 했다. 그러나 “입대자 수도 급격히 감소하는데, 일부를 의경으로 다시 보내면 군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또 의경 선발 규모를 두고 경찰청과 국방부 사이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직업 경찰은 14만명이지만, 한 시점에 현장에 나가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명 정도라고 윤 청장은 밝혔다. 경찰은 부족한 치안 인력을 메우기 위해 기존 경찰력뿐 아니라 기동대와 특공대를 동원하고, 민간 자율방범대를 치안 보조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청장은 “전국에 9만7000여 명 정도가 자율방범대원으로 편성돼 있고 대부분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된다”며 “최소한의 활동비와 근무 시설 등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서 그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치안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구대·파출소의 근무 시스템 개선, 지역 배치 효율화, 관리 인력 최소화 등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국민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지금의 특별 치안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범죄 유형에 맞춰 경찰력을 거점 배치하고 순찰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방범카메라, 보안등, 비상벨 등 범죄 예방 기반 시설도 대폭 확충하겠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증 정신 질환자를 법원 판단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와 관련, “보호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자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주고, 행정 입원은 민원 발생 등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며 “법원 및 전문 의료 인력, 인프라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