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나누는 당정 - 한덕수(왼쪽부터)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참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중대 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 마 폭력’ 등 범죄자에 대해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정부는 18일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범죄자 범위를 종전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에서 테러, 마약,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 마 폭력 등까지 확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당정 차원의 후속 대책이 나온 것이다.

당정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내란·외환·테러, 조직 폭력, 마약 등 중대 범죄,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 마 폭력’ 등의 범죄자도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대상 범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신상 공개 때마다 불거진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고,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현재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특별법에 넣기로 했다. 미국처럼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찍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을 기소 이후 재판을 받는 피고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강력 범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얼굴·이름·나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최초 수사 단계에서 ‘강력 범죄’가 아니라 ‘중상해’ 혐의가 적용돼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소 이후 DNA가 검출되는 등 강력 범죄인 성범죄 증거가 나왔지만 피의자가 아니라 피고인 신분이라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신상 공개가 불가능해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당정협위 참석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한 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3.6.18 /연합뉴스

당정은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간소한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한 법률은 성폭력처벌법과 특정강력범죄법 두 가지로,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에 한해서만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신상 공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지시 엿새 만에 당정이 범죄자 신상 공개를 늘리는 특별법 제정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당정이 이런 특별법을 만드는 이유는 수사 단계에서 신상 공개를 할 정도의 강력·성범죄 물증이 나오지 않다가 재판 진행 중에 추가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도 재판 진행 중 피해자 바지에서 그의 DNA가 나오자 성범죄 혐의까지 추가돼 1심(징역 12년)보다 항소심(징역 20년) 형량이 늘었다. 이 밖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건 관련 증거가 뒤늦게 알려져 수사 기관이 재수사에 착수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향후 특별법이 제정되면 재판 중에도 신상 공개가 가능해진다.

그간 신상 공개를 하더라도 오래전에 찍은 사진만 제공해 범죄 혐의자의 최근 모습을 알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당사자를 촬영하거나 공개하지 못해 주로 신분증에 있는 옛 증명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정은 신상 공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수사기관이 당사자 동의 없어도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해 30일 이내 최신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복’을 시사하면 가중 처벌하는 입법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지난 16일 간접적으로 보복을 시사하는 등 ‘공연히 피해자를 해할 의사를 표시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신설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복 범죄 중 협박죄의 법정형 상한을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도 신상 공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 법안이 나오면 검토한 뒤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