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3일 통신 업계와 만나 미취업 청년에게 싼값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 신설을 요청하기로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에는 경희대 학생식당을 찾아 ‘대학생 1000원 아침밥’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약속했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로 내려앉고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자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려 각종 청년 맞춤형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요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김 대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부처, 통신 업계 등과 협의를 거쳐 이들에게 무제한 데이터 혜택을 주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오는 6월 1일부터 만 34세 이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 요금제를 신설해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기로 했는데, 김 대표는 데이터 제공량을 이보다 더 늘리고 KT와 LG유플러스의 동참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나랏돈을 투입하기보다 통신 3사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30세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청년층의 교통비, 주거, 학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의료 공백 사태를 맞고 있는 소아과 의료 현장도 조만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기피 현상으로 지역마다 소아과가 줄어들면서 30·40대 부모들이 진료 시작 전부터 줄을 서려고 몰리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양상을 보이자 당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킬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며 “현 상황을 돌파하려면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이후 중폭 이상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30%대 지지율이 고착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도층이 실망한 현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기 위해 인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고, 노동·연금·교육 개혁에 더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어젠다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구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프로야구 개막전을 관람한 데 이어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최근 1년여 사이에만 이번이 네 번째다. 후보 때인 지난해 대선 전날,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취임 후인 지난해 8월과 지난 1일이다. 윤 대통령은 “다시 여러분을 뵈니 ‘국정의 방향, 국정의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된다. 발이 닳도록 뛰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서문시장으로 대표되는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침체 국면에서 다시 서문시장을 찾은 것은 ‘집토끼’(고정 지지층)를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지지층에 안주하기보다 외연 확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장은 외면받더라도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5·18 묘지 무릎 사과’, 이준석 전 대표의 지속적인 호남 방문 등을 이을 무엇인가가 절실하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금 과도하게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며 “그것은 달콤한 늪이다.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선거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개월 만의 최저치인 30%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주 전보다 6%포인트 하락한 33%로 더불어민주당과 동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