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당초 선두였던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친윤(親尹) 그룹의 지원을 받는 김기현 의원이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기류가 고착되진 않았다. 나 전 의원에 이어 비윤(非尹) 진영의 유 전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당 대표 후보들의 다자 대결과 결선 투표를 가상한 양자 대결에서 안철수 의원이 선두인 조사가 발표됐다. 비윤 후보들의 지지층 상당수가 중도 성향의 안 의원 쪽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선 ‘윤심(尹心)의 역설’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의 당 대표 후보 지지율은 조사마다 결과가 출렁거리고 있다.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1월 25~26일)에서 출마 예상 후보들의 다자대결 지지율은 김 의원(40.0%)이 오차범위 내에서 안 의원(33.9%)을 앞섰고 다음은 유승민 전 의원(8.8%), 황교안 전 대표(4.7%), 윤상현 의원(3.2%), 조경태 의원(1.8%) 등이었다. 하지만 한국갤럽·세계일보 조사(1월 26~27일)에선 안 의원(42.8%)이 선두에 오르면서 김 의원(28.2%)을 큰 폭으로 앞섰다. 뉴시스·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조사(1월 28~30일)는 다시 김 의원(36.2%)이 안 의원(35.9%)을 0.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 직후인 1월 30일부터 2월 1일에 실시한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 공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선 안 의원(34%)이 김 의원(20%)을 다시 추월했고 다음은 황 전 대표 4%, 윤 의원 1%, 조 의원 1% 등이었다.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을 때 1·2위가 맞붙는 결선 투표를 가상한 양자 대결도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김 의원(48.0%)이 안 의원(40.8%)보다 지지가 더 높았는데, 한국갤럽은 60.5%인 안 의원이 37.1%에 그친 김 의원에게 2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섰다.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조사는 안 의원(47.5%)과 김 의원(44.0%)의 차이가 다시 좁혀졌지만, NBS 조사는 안 의원(50%)과 김 의원(32%) 차이가 18%포인트에 달했다.

단순 지지층과 조직화된 당원 선호도의 차이

하지만 최근 쏟아지고 있는 당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로 당 대표 경선 승자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되는 전당대회에서 당 지지층과 조직화된 당원의 선호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지층 여론조사는 연령별, 지역별 인구수에 비례해 표본을 선정하지만 국민의힘 당원은 영남권과 50대 이상의 비중이 높은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당원 투표 70%와 당 지지층 여론조사 30%를 합산했던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도 당 지지층과 당원의 표심(票心)이 크게 달랐다. 당시 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선 이준석 전 대표(58.8%)가 나경원 전 의원(28.3%)을 두 배 이상이나 앞섰지만, 당원 투표는 나 전 의원(40.9%)이 이 전 대표(37.4%)를 앞섰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선 투표권을 가진 책임 당원이 28만명이었지만 작년 12월 기준으로 85만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난 것도 변수로 꼽힌다. 60만명에 육박하는 신규 당원의 표심이 누구에게 쏠릴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신규 당원은 이전에 비해 수도권과 20~30대에서 증가 폭이 컸다. 전체 당원 가운데 수도권(29.6→37.1%) 비중이 늘어난 반면 영남권(55.3→40.4%)이 줄면서 두 지역의 당원 비중이 비슷해졌다. 연령별로는 20~30대만 비중이 11.6%에서 17.2%로 늘었다. 40대(15.8→14.4%)와 50대(30.6→28.4%), 60대 이상(42.0→40.0%) 등 중·장년층 비중은 모두 줄었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투표율도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의 당원 투표율은 45.4%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았던 2019년 25.4%를 크게 웃도는 역대 최고치였다. 이번에 신규 당원의 다수가 투표에 참여하면서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더 높아진다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조직력’이 우세한 김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예전에 비해 비중이 커진 MZ(20·30)세대 신규 당원의 투표율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 당원에서 MZ세대는 17.2%로 중·장년층에 비해 비중이 작지만 초접전 승부가 펼쳐진다면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의 일체성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당원에선 안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최근 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20·30대 지지율은 안 의원이 우세한 결과가 많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중·장년층에 비해 20·30대의 투표율이 크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섣불리 후보 간 유·불리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투표율과 ‘인지도’ ‘조직도’의 상관관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의 승부 예측이 복잡해진 것은 이번에 새로 도입한 결선 투표도 한몫을 하고 있다. 당 선관위는 지난 1월 31일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당 대표 경선 후보를 예비경선을 통해 4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만약 본경선에서 최다 득표자가 50%를 넘지 못해서 결선 투표를 할 경우,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인해 김 의원이 우세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출마로 이어진 ‘윤심’ 개입 논란과 친윤 주류의 세몰이 등에 거부감이 있는 ‘비윤 표심’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의 완성이 총선 승리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국민의힘 당원들은 누가 내년 총선 승리에 가장 보탬이 될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 후보들도 서로 ‘자신이 총선 승리에 기여할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당을 대통합으로 이끌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했고, 안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서 사령관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엠브레인·YTN 조사(1월 22~23일)에선 ‘국민의힘 총선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될 대표’로 여당 지지층에서 안 의원(25.1%)과 김 의원(21.4%)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 질문에 경선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을 지목하거나 ‘없다·모르겠다’며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가 절반가량(44.6%)에 달해 여당 지지층의 선택은 아직 유동적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총선 승리를 갈망하는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선 전당대회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윤심 마케팅보다는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구 후보들의 득표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란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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