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수도권·MZ(2030)세대 대표론’을 띄우자 차기 당권 주자들이 7일 서로 자기가 적임자라 주장하며 격돌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당대표 조건으로 수도권 선거를 지휘할 수 있고, MZ세대에게 인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새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처음 ‘수도권·MZ세대 대표론’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당내에서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인지, ‘한동훈 법무장관 차출론’을 뜻하는 것인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친윤계가 ‘윤심과는 관련이 없고, 한 장관 차출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는데도 당권 주자들은 ‘수도권·MZ세대 대표론’에 올라타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정말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며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의 현행 당대표 선거 규칙 그대로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MZ세대와 수도권에서 지지를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했던데, 웬일로 주 원내대표가 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싶었다”며 “그런 당권 후보가 지금 저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수도권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유 전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떠난 후 그 정치적 고향을 비하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대구에서 4선을 한 유 전 의원의 수도권 중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페이스북에 예능 프로 ‘SNL 코리아’에 출연해 녹화한 사진을 공개했다. 젊은층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당의 텃밭인 영남을 찾으며 청년들과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차기 대선 주자가 당대표로 나서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대선을 걱정하기보다는 총선을 걱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7대3에서 9대1로 변경하려는 친윤계 움직임에 대해 “룰을 바꾸면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편법을 쓴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 전 의원도 이날 “이미 전당대회가 시작된 거 같은데 룰을 바꾸는 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삼류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반대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은 이날 대구를 찾아 한 청년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인구와 기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당대표 자격에 대해 “MZ세대에게 공감을 구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 승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큰 틀에 동의한다”며 “야당을 포용해 국정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경륜과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