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 서장 “고인·유족에 진심으로 죄송” - 이임재(왼쪽)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전 서장은 “고인 분들과 유족 분들께 진심으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뉴시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은 16일 국회 행안위에 증인으로 나와 “그날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를 못했다”며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말했다. 참사 발생 시각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인데, 4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알게 돼 현장 도착과 대응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부실 대응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부하 직원과 상급 기관, 인근 집회·시위,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 전 서장은 “오후 9시 57분경에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현장을 관리하던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 관리와 관련해선 “112상황실장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이 책임을 돌린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자였던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도 “오후 11시 39분 상황실에서 압사 신고가 있다는 연락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며 “(그전에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서장과 마찬가지로 부하 직원들로부터 보고받지 못해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류 전 과장은 당직 근무 장소인 5층 112상황실이 아니라 10층에 있는 자기 사무실에 있었다고 밝히며 “관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질서 유지를 위해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두 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서울청에 기동대 배치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했는데, 단 한 번이라도 (이 전 서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요청한 적 있나”라고 했다. 이 전 서장이 “직접 하지는 못했다”고 하자 이 의원은 “증인은 지휘관인데, 서울청장에게 얼마든지 지휘보고를 하고 요청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자 이 전 서장은 “예, 죄송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 전 서장을 향해 “112상황실 등 부하 경찰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건 나쁜 것을 넘어 뻔뻔하고 치졸하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단지 그날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해서 다시는 참사가 없도록 진상 규명을 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발언에서는 “용산서 현장 직원들에게는 과도한 비난과 질책을 (삼가시고) 현장지휘관인 저에게 다 해달라”고 했다.

여당이 현장 책임자들을 추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찰력 부족이 참사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취지의 질의를 이어갔다. 문진석 의원은 “용산 집무실 이전한 뒤 용산경찰서 업무가 폭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업무량이 증가하고 일선 경찰들 고충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냐”고 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인원 80여 명이 추가로 용산서에 보충됐으나 현장에선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 전 서장을 대하는 태도가 왜 이리 다르냐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임재 증인과 민주당 의원님들 간 현안 질의 답변을 보니 어쩌면 이렇게 온정적이냐”라며 “직접 치안 지휘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이 장관한테는 모욕을 주고 막말과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더니, 현장 치안의 핵심 책임자들이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데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증인 신문을 해야지 의원 질의에 평가를 하느냐”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