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왼쪽) 원내대표와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강원도청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불러온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이제는 우리가 집권하고 도정을 맡으면서 나쁜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으면 좋겠다”며 “강원도가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강원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선언으로 채권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됐다”며 “정부가 즉각 5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든 유사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강원도는 재정자립도가 올해 기준 24.7%에 불과하며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이런 재정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사업을 벌인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강원도가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진태 강원지사가)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점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부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뉴스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빚보증은 조심해야 한다”며 “‘법원에 GJC(중도개발공사)의 회생을 신청하겠다’는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강원도 전체가 파산하지 않는 한, 강원도는 GJC 어음(ABCP) 205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며 “‘레고랜드만 부도 내고 강원도는 무사한 방법’은 애당초 없다. 지방정부의 꼬리자르기식 회생 신청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과 지급보증, 지방공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그리고 지자체의 파산에 대해 그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해둬야 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금융시장 전체가 공포에 빠지는 사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도 전날 긴급 성명서에서 김진태 지사가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가 이달 21일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번복한 것을 두고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했다.

채권시장에 충격을 준 ‘레고랜드 사태’는 사업자인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아이원제일차)에서 발행한 2050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 9월 말 만기가 돌아왔지만 연장이 되지 않고 미상환 상태에서 지난 6일 부도 처리된 것이다. 강원도가 만기 연장 대신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내겠다”고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도 김 지사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도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문제가 심각해지자 김 지사를 탓하며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어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 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며 “도가 구체적인 변제 일정을 제시했고, 중앙정부도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으니 금융시장이 속히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