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공공임대주택’ ‘지역화폐’ ‘반지하’ 관련 정책 등을 두고 중앙정부와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오 시장이 윤석열 정부와 일부 차별화를 통해 ‘오세훈 브랜드’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과 ‘지역화폐 국비 지원 중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역화폐 예산 증액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었지만 그는 평소 소신대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권 일부에선 오 시장의 중도확장 전략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IOC위원장 만난 오세훈 "올림픽 다시 개최하길 희망" -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오 시장은“한국이 다시 한번 올림픽을 개최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그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 측근인 장제원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 의원이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안심소득’에 대해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것으로, 2008년 초선 서울시장 때 생산적 복지를 강조한 것과 변화가 있다”며 “오 시장의 변신인지, 진화인지 말해 달라”고 했다. 오 시장은 “어려울수록 두터운 지원을 한다는 일관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철학의 변화냐’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크게 피상적 관찰이다’ 이렇게 답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서도 “비효율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8월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도 충돌했다. 오 시장은 당시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지자 ‘반지하 주택 퇴출’ 정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하자,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반지하 금지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유하면서 “반지하의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썼다.

오 시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김태흠 충남지사 등 다른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달리 당내 갈등이나 당권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오 시장이 정권 초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카드가 정책밖에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 시장 측 인사는 “오 시장이 측근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낮은 자세’ ‘로키(low key) 모드’라 모두가 유의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해볼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은 필요하다’는 부분은 참모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본지 통화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나 시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정책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으로 차별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최근 발언과 정책 등을 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주자로 부상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오 시장 측 인사는 “그 해석과 정반대다. 한 장관이 없었다면 윤석열 정부 초부터 오 시장은 온갖 견제를 다 받았을 것”이라며 “한 장관이 선두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덕분에 오히려 외풍이 차단된 채 서울 시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측근은 “한 장관은 오 시장의 좋은 ‘페이스 메이커’”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2024년 4월 총선이 임박하면 지금보다 좀 더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대선 준비를 위해서는 원내에 자기 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내 기반이 취약해 겪었던 어려움을 오 시장 측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선이 다가오면 좀 더 자기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