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기현, 안철수, 유승민, 나경원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최근 대북·안보와 경제 상황, ‘카카오 먹통’ 사태 등 각종 현안에 연일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막바지에 접어든 국정감사가 끝나면 곧장 당대표 선거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전에 미리 차별화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여성의 ‘군사 기본 교육’ 의무화 추진.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기르는 것. 자강의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최근 핵 자체 개발 등 강경한 대북 대응 기조에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자강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층과, 군 복무에 박탈감을 갖는 20대 남성 표심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여성들도 적의 공격에 맞서거나 제대로 대피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현재 남성들이 받는 예비군 훈련과 비슷한 형식의 교육을 여성들에게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김 의원은 여성계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언급하며 “디지털 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디지털 위험 관리 초격차 기술 보유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쏟아붓겠다”고 했다. ‘안랩’을 창업해 운영한 IT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안 의원은 2004년 자신의 저서에서 ‘지식 정보 산업과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규제 개혁의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전날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 부담과 나라의 재정은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쁜 정치이고 포퓰리즘”이라며 대야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증세 카드든 감세 카드든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주어진 국가 재정 안에서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많은 예산을 어려운 분과 기업을 돕는 데 쓸 거냐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하며 “대통령이든 경제부총리든, 한국은행 총재든 국민과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말을 하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어떨 때는 위기 상황, 어려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같이 힘을 모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14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당권 불출마설’이 돌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대표 출마 관련 질문을 받자 “이 자리(부위원장직)는 비상근이기 때문에 당적이나 당권과 관련된 것이 배제되거나 배척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중요한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입장에서 당권 운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6·11 당대표 선거에 이어 두 번째 당권 도전을 시사한 조경태 의원은 ‘자체 핵 개발’을 주장하며 대북 강경론을 펴고 있다. 조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핵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북한은 문재인 정권에서 신줏단지처럼 모시던 ‘9·19 판문점 선언’은 휴지 조각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듯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며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다. 한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