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놓고 ‘역사관’ 논란이 불거졌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욱일기 한반도 진주’ 발언을 비판하면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구한말과 현재 대한민국의 국력을 비교하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이재명 대표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한다”며 “국민들께 약속드린다. 대한민국이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군의 한국 주둔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정 위원장 글에서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다’라는 대목을 두고 “식민 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국권 침탈의 책임을 일제가 아니라 조선의 무능으로 돌리는 역사관을 드러냈다는 취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는 천박한 친일 역사의식이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일본 극우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의원은 즉시 제명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정 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김웅 의원도 “(정 위원장 발언은)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이어지자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 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그는 “조선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라며 “이런 얘기 했다고 나를 친일,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한다. 기가 막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