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착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 동해북부선은 ‘남북 협력사업’ 명목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photo 뉴시스

‘2022년 세제개편안’ 발표로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1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민생경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법인세, 소득세,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등을 대폭 ‘감세(減稅)’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남발 등으로 방만하게 늘어난 나라 살림에 감세에 따른 당장의 세수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밝힌 세제개편으로 예상되는 세수감소분은 향후 4년(2023~2026)간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주로 법인세(6조8000억원)와 소득세(2조5000억원)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 등 다른 항목의 세수감소도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기조전환을 밝힌 ‘추경호호(號)’로서는 나랏돈 씀씀이를 줄일 ‘묘안’도 동시에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2년 세제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문턱을 넘어서야 최종 확정된다.

당장 거론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일괄 면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구조조정 및 속도조절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기재부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데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란 미명 아래 전국적으로 총 23개의 사업을 선정하고, 예타를 일괄 면제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총사업비는 24조1000억원. 이들 프로젝트의 절반만 구조조정하거나 속도를 늦춰도 세수감소분(13조1000억원)을 벌충할 수 있는 셈이다.

예타 면제를 결정한 이른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가운데는 예타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첫 삽도 못 뜰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이들 사업 중에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 대부분인데, 전체 23개 사업 중 국토교통부 소관 SOC 사업만 15개다. ‘국도 위험구간 개선’이란 이름으로 1개 사업으로 퉁친 8개 사업을 별개로 계산하면 무려 22개에 달한다. 이들 국토부 소관 예타 면제 사업은 총사업비로만 따져도 21조7340억원으로 전체 예타 면제 사업(24조1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확정 직후 경남도청 앞에 내걸린 남부내륙철도 경축 현수막. photo 뉴시스

‘김경수 KTX’ 4조9874억원

당장 구조조정 및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은 불요불급한 철도건설 사업이다. 국토부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철도건설은 일반 단선전철 기준으로 ㎞당 평균 사업비가 250억원 내외로, 왕복 4차선 고속도로(481억원)에 비해서는 적지만, 차량구매와 기관사 확보 등 유지보수비용은 갑절로 든다. 일례로 KTX의 편성당 가격은 250억원 내외에 달한다. 반면 철도망을 사실상 독점 중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만성적자가 누적돼 지난해에도 8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예타 면제를 통해 철도를 건설해도 차량구매 등 당장의 운영부담이 뒤따른다.

대표적인 것은 총 24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23개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인 ‘남부내륙철도’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 간을 연결하는 172㎞의 단선철도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 주재로 기공식까지 가졌다가 경제성 부족으로 1968년 중도포기한 ‘김삼선(김천~삼천포)’의 후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재임 중 예타 면제를 받는 데 성공해 일명 ‘김경수 KTX’로도 불린다.

한데 2019년 예타 면제 당시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 남부내륙철도 사업비는 현재 4조9874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 국가균형발전 23개 사업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원톱’이다. 실제 착공 후에는 총사업비 5조원 돌파도 확실시되는데, 노선 주변에 대도시나 산업시설이 거의 전무해 경제성이 심각히 의심된다. 남부내륙철도가 경유하는 가장 큰 도시인 경남 진주의 인구는 34만명에 불과하고, 시종점인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의 인구 역시 각각 14만명과 24만명에 불과하다. 역사가 들어설 예정인 김경수 전 지사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을 비롯해, 합천군, 성주군은 인구가 각각 5만명 내외에 그친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부고속선상의 ‘김천(구미)역’이 아니라, 경부선(재래선)과 경북선이 분기하는 ‘김천역’에서 분기하도록 계획돼 있다. 이에 남부내륙철도 개통 시 경부고속선 역사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적은 ‘김천(구미)역’ 활성화에 되레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천(구미)역 이용객은 167만명으로, 재래선상의 김천역(130만명)보다 약간 더 많은 수준이다. 고속철역 중심으로 철도네트워크를 재편해야 할 판에, 재래선상의 역만 더 키워주는 셈. 인구 14만명의 김천에 KTX 정차역을 2개나 두는 것도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부내륙철도는 향후 경북 문경에서 김천까지 이어지는 경북선 철도가 전철화되고, 현재 경기도 이천(부발역)에서 문경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선에 편입돼야 국토의 남북종축(縱軸)으로 기능할 수 있다. 현재 부발역에서 충주역까지는 KTX-이음 준고속열차가 평일 기준 하루 4회(편도 기준) 다니고 있고, 충주에서 문경까지 노선은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문경~김천 간 단선전철 사업은 2019년 예타 면제가 불발된 터라, 남부내륙철도를 조기 완공한다 해도 문경~김천 구간이 끊어져 철도 개통 효과가 반쪽에 그친다는 평가다.

역시 예타 면제가 확정된 동해선 단선전철화 사업 역시 속도조절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해선 전철화 사업은 3조2067억원을 투입해 비(非)전철 단선철도로 공사 중인 경북 포항에서 강원도 동해까지 동해선을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현재 이 구간은 동해선 KTX의 시종착역인 포항에서 영덕까지 44.1㎞만 2018년 공사가 완료돼, 무궁화호가 하루 7회(편도 기준) 투입되고 있다. 동해선 구간을 추가로 전철화해서 KTX-이음 준고속열차를 투입할 수 있게 하자는 사업으로, 4875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예타 면제로 단선전철화가 결정된 동해선 철도 이북으로는 강릉과 속초를 거쳐 북한과 접경인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 철도도 계획돼 있다. 동해북부선 철도는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한 노선이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선정 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4월 ‘남북 협력사업’이란 명목으로 역시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지난 1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재로 고성군 제진역에서 착공식까지 열어 사실상 ‘대못’을 박았는데, 이에 따른 사업비도 2조8520억원에 달한다.

7500억 사업비가 1조4800억으로

‘국가균형발전’이란 말이 무색하게 사업이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좋은 광역시의 전철사업으로 추진되는 곳도 있다. 대구산업선 철도와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등이다. 대구산업선은 KTX 정차역인 서대구역에서 대구 달성군에 있는 대구국가산업단지까지 34㎞ 단선철도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대구국가산단 등 산업단지와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이란 명목으로 예타 면제가 확정됐지만, 실상은 대구 시내 지하철 건설이라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산업철도인데도 불구하고, 전 구간을 지하에 건설하고 대구 도시철도 1·2호선과 환승하도록 하면서다.

그 결과 예타 면제 당시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 사업비는 1조4595억원으로까지 불어난 상태다. 이 과정에는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당한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 부총리 측 요청으로, 대구산업선은 당초 계획했던 노선에 ‘서재·세천역’ ‘성서공단역’ 등 2개역이 추가됐는데, 신설되는 8개역 중 무려 6개가 달성군에 있다. 추경호 부총리 역시 기본계획 확정 직후 “달성군 주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착공 등 후속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지하철’이란 실체를 드러낸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역시 광역시의 ‘도시철도’ 건설사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은 노선 건설방식과 차량선택을 놓고 선거로 시장이 바뀔 때마다 경전철, 자기부상열차, 모노레일, 트램 등을 오가며 갑론을박을 거듭한 사업이다. 결국 권선택 전 시장 때 고가 위를 다니는 자기부상열차에서 노면 위로 지나는 트램 방식으로 사업이 바뀌었다.

트램은 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나 지하철(경전철 포함)에 비해 사업비가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대도시의 지상 교통체증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로 대전과 여건이 유사한 대구는 홍준표 시장 당선 직후, 권영진 전 시장 때 ‘트램’ 방식으로 추진한 대구 순환선을 “잘못 설치하면 대구 시내 전체 교통마비가 온다”며 고가 모노레일로 전환한 상태다. 반면 트램으로 결정된 대전 2호선은 예타마저 면제된 터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순환선으로 계획된 대전 2호선은 ‘충청권 광역철도’로 개량될 예정인 호남선(재래선) 철도와 일부 구간이 겹치는 문제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충청권 광역철도는 대전 시내를 관통하는 호남선과 경부선을 이용해 충남 계룡역에서 대전 신탄진역, 향후 세종 조치원역까지 광역전철을 운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서대전역에서 가수원역에 이르는 일부 구간은 2호선 트램과 노선이 중복되는 문제가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게다가 대전 2호선은 2019년 예타 면제 결정 당시 사업비가 7528억원가량으로 추산됐는데, 기본설계를 마친 결과 총사업비가 1조4837억원으로 무려 2배로 뻥튀기된 상태다. 역사가 35개에서 45개로 10개나 추가되면서 사업비가 2배로 급증했는데, 사업비 추산 자체를 얼렁뚱땅한 셈이다. 사업비 폭증을 뒤늦게 인지한 이장우 신임 대전시장도 지난 7월 25일, “혈세가 밑빠진 독에서 물 새듯 흘러나간다”며 원인규명을 지시할 정도였다. 기재부는 사업비가 당초보다 15% 이상 증액될 경우,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비가 100% 폭증한 만큼, 최악의 경우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애당초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선정이 원천 배제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속하지만,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면죄부를 받아 진행 중인 철도사업도 있다. ‘도봉산~포천선’으로 서울지하철 7호선을 경기도 의정부와 양주를 거쳐 포천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현재 도봉산역(서울 도봉구)에서 끝나는 서울지하철 7호선을 2기 신도시인 양주(옥정)신도시까지 연장하는 사업은 지난해 착공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봉산~포천선은 옥정에서 끝나는 철도를 19㎞가량 추가 연장해 포천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1조55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포천시 7호선 연장담당 공무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역사 예정지 인근 부동산을 40억원에 매입했다가 발각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실 서울과 양주(옥정)신도시를 잇는 ‘도봉산~옥정선’만 해도 지난 2010년부터 모두 3번에 걸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는데, 비용대비편익(B/C)이 1차 조사(2010년) 때 0.61, 2차 조사(2012년) 때 0.79에 그쳐 낙제점을 받았다. B/C 1.00 미만일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사업비용을 대폭 줄여 2016년 실시한 3차 조사에서 B/C 1.00으로 턱걸이하는 데 성공해 겨우 되살린 사업이다. 자연히 ‘옥정~포천선’의 경우, 정상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 사업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예타 면제’로 면죄부를 준 셈이다.

정치적 반발 극복이 최대 과제

이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예타 면제와 함께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실상은 지역 토건업체에 대한 퍼주기식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는 공사현장이 소재한 시도에 본사를 둔 업체가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입찰자격을 허용하는 제도다. 업력보다 연고에 따른 공사업체 선정은 부실공사의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사업추진 시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풀리면서 하향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값을 자극할 염려도 나온다.

물론 사업 구조조정 시 예상되는 정치적 반발을 극복하는 것은 최대 과제다. 가장 사업규모가 큰 남부내륙철도는 비록 ‘김경수 KTX’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재검토 시 여당인 국민의힘의 최대 지지기반인 경북과 경남의 집단반발이 불가피하다. 동해선 전철화 사업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4선, 강릉)와 이철규 의원(재선, 동해·태백·삼척·정선)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구산업선은 당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재선, 대구 달성군)의 지역구 사업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 2호선도 지난 지방선거 때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으로 바뀐 터라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원희룡 장관이 ‘잠룡(潛龍)’ 중 하나로 꼽히는 정치인 출신인 점도 ‘걸림돌’이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7월 18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개통’을 주문하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축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예타 면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철도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 예타 면제 결정 당시 고속철 병목구간 해소로 전 국토에 고른 혜택이 돌아가는 ‘평택~오송 간 복복선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표를 의식해 결정된 사업들”이라며 “코로나19로 변화된 교통여건에 따른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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