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처 및 공공기관 통폐합, 출자 기관 축소 등 ‘공공 부문 개혁’ 공약을 잇달아 행동에 옮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비대해진 공공 부문 문제가 중앙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에서도 공공 부문의 각종 비효율로 세금이 낭비되고 지자체의 과도한 개입으로 민간 영역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들은 경제 위기로 지방 재정 지출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만큼 부처와 공공기관 조직의 ‘군살 빼기’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예산 적자가 심한 공공 시설을 통폐합해 고정 지출부터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대구의 문화 시설인 오페라하우스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미술관, 콘서트하우스 등 4개 시설은 매년 적자 총계가 200억원을 넘고 있다. 2019년 기준 적자 규모가 오페라하우스는 연평균 73억여 원, 문화예술회관 68억여 원, 미술관 64억여 원, 콘서트하우스 53억여 원이다. 홍준표 시장 측 관계자는 “시설 건립비는 국비 등 외부 지원을 받지만 운영비는 지자체 몫이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차라리 공연 문화 예술을 통합하는 기관을 만들어 적은 비용으로 고품격 문화 예술 콘텐츠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홍 시장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해 문화 관련 기관 6곳을 통합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대구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총 29조원쯤을 투자해 지은 공공시설 10곳 중 9곳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의 ‘2020회계연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200억원, 100억원 이상을 사용해 지은 공공시설 882곳 중 운영 수지 적자 시설은 791개소(89.7%)에 달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 100명 이하인 공공시설도 2020년 기준 436개소에 달하는데, 지난 5년간 관리 인력의 연 증가율은 7%인 반면 이용 인원은 17.6% 감소했다. 문을 열수록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12년 만에 국민의힘 도지사가 선출된 강원도는 유명무실한 도 산하 위원회 폐지를 내걸었다. 위원회 운영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1년 동안 회의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가 31곳, 한 번 개최한 위원회는 55곳이나 됐다. ‘유령 위원회’나 마찬가지다. 전체 위원회 운영 예산은 5억1395만원이 편성됐다. 예산까지 편성됐지만 정작 위원회는 간판만 걸린 상황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189개 위원회 소속의 위원이 중복 인원 포함해 총 3417명인데, 도청 공무원 수는 소방직을 제외하면 2251명”이라며 “회의 1건당 평균 77만8000원 지출이 되는데 혈세 낭비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했다.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이 설립한 공공기관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주당 소속 박남춘 전 시장 시절 확대 개편된 ‘인천시 사회 서비스원’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인천복지재단을 확대 개편한 인천시 사회 서비스원은 복지 정책 연구와 개발, 시 산하 복지 시설 운영 등을 맡아왔는데, 주요 업무가 인천시 복지국과 중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인천시 출연·출자기관 경영 평가에선 ‘라’ 등급을 받으며 11개 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 박남춘 전 시장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유해숙 전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인천복지재단에 이어 인천시 사회 서비스원 수장으로 연임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시 관계자는 “기관 기능과 역할이 인천시 복지국 업무와 중복되는데도 전임 시장 시절 기관이 확대·개편됐고 120여 명의 직원들 인건비가 낭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해숙 전 원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