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22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제소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현직 당대표를 상대로 한 징계 논의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 안팎에서는 징계 여부나 수위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징계감이 아닌데, 다른 의도가 있다”는 측과 “품위 실추만으로도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는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윤리위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오후 7시 시작한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했는데, 6·1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일정이 미뤄져 두 달 뒤인 이날 첫 회의가 열린 것이다. 윤리위는 이날 회의에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출석시켜 이 대표가 김 실장에게 성 상납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했는지를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제보자가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유튜브 방송 직후 이 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 ‘내용이 틀리다’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이 대표가 나에게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다른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밤 11시 50분쯤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김 실장에 대해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며 “이 대표는 다음 달 7일 윤리위에서 소명 청취 후 (징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당대표실에서 윤리위 결과를 기다리던 이 대표는 23일 0시 15분쯤 기자들과 만나 “길어지는 (징계)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 텐데 이러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지난해 12월 이 대표가 2013년 한 사업가에게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방송 이후 김 실장은 가세연에 해당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면서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5가지다. 징계를 하지 않는 ‘무혐의’가 있고, 징계를 할 경우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4종류가 있다. 이 대표는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 모두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고 처분을 받으면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당대표직은 계속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나오면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당내 주도권 다툼과 차기 당대표 주자들의 경쟁도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성 상납에 대해서 문제가 있어야 그것에 대한 인멸을 할 것 아니냐”며 “그 인멸을 제가 한 것도 아니고 남에게 교사했다고 한다면 이것을 세 단계에 걸쳐서 살펴봐야 하는데 어느 한 단계도 지금 넘어간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있어서는 윤리위보다 상위 절차라고 하는 경찰 수사가 있으면 그걸 보고 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징계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판단할 수 없다”며 “사실은 당권과 관련해서가 아니면 이런 사태가 날 수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실장의 은폐 행위와 이 대표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