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천 등 정당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든 ‘혁신위원회’를 두고 당내 주류 인사들의 비판과 견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윤(親尹)계는 “당내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연결되는 혁신안은 사실상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의 공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권에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놓고 국민의힘 다수인 친윤과 비주류 세력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키이우 인근 폐허건물 찾은 이준석 대표 -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대표가 5일(현지 시각)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의 파괴된 주택가를 살펴보고 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오늘 한국의 여당 대표가 이끄는 국회 대표단이 공식 방문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혁신위에 대해 “난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 때 ‘조금 시기가 빠르다’ ‘아직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혁신위가) 조금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구성부터 어떤 인물로 할 것인지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혁신위 출범부터 발표하고 인적 구성이나 논의 대상은 나중에 발표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친윤 핵심인 그가 혁신위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어찌 됐든 출범한 만큼 혁신위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면 반대와는 거리를 뒀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날 혁신위를 주도한 이 대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정 부의장은 페이스북에서 “2024년 총선에서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며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또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서도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자기 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 부의장은 “‘이준석 대표가 6·1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중심을 잘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이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준석 대표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새벽 5시쯤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이 대표를 공개 비판한 정 부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공천위가 출범한 상황에서 당내 비판을 감수하며 공천 개혁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앞서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35) 변호사를 혁신위원으로 내정했는데, 천 변호사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태 최고위원이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처럼 혁신위에 ‘젊은 피’를 상당수 합류시켜 2030세대 당원들이 대거 합류한 당내 체질 개선을 서두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일부 보수 유튜버와도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도 혁신위가 일방적 추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차기 대표의 권한인 2024년 총선 공천권에 현직 대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혁신위원 면면과 설정된 의제에 따라 향후 윤핵관들과의 내부 갈등이 커질 경우, 오히려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