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3일 열린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과 13일 각각 발표한 1·2차 초대 내각 인선안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저녁 예정됐던 윤 당선인과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집권 시 공동정부 구성을 협의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9명 가운데 이날까지 발표된 17명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배제되면서 “공동정부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2차 조각 인선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系)도 상관없다”며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의 내각 기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2차 조각 인선 원칙에 대해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서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도 발표 명단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에는 “추천은 다 받았다”고 했지만, 이날 발표한 장관 8명 가운데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없었다.

안 위원장은 인선 발표 직후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주변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안 위원장은 이날 2차 조각 인선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어떤 인사안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안 위원장 몫의 장관 몇 자리와 같은 지분의 문제가 아니라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과 협의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안 위원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안 위원장이 최근 만난 자리에서 윤 당선인 측이 일방적으로 내각 인선을 밀어붙이려 한다면서 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이번 일을 수습하지 않으면 협치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저녁 윤 당선인 등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하기로 예정된 비공개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안 위원장 측은 “이런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대선 때 안 위원장의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명박·박근혜 때 사람들이 대부분인 권력에 이질적인 안철수가 포함된 것은 이·박 정권의 재판이 되지 않게 할 유일한 송곳”이라며 “내면이 작으면 찔릴까 봐 겁먹고 송곳을 쉽게 버리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전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일 이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각 인선 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기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도 잠정 중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당 합당 실무협상을 모두 마치고 합당 선언만 남은 상황인데, 지난 11일 국민의당 측이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고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며 “내각 인선에서 국민의당 측 인사가 배제된 것 외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는 이날 안 위원장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이틀 전 사퇴하며 공석이 된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즉각 임명했다. 박 의원은 윤 당선인 비서실 정무특별보좌역을 겸하고 있다.

안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이날 본지에 “국무위원 인선 중 남아 있는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도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