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수위의 간담회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며 “매우 안타깝고 아쉽고 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확진·격리 유권자의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비닐봉지에 수거하는 등 부실 관리 논란에 휩싸이며 전면적인 조직 쇄신 압박을 받고 있다.
이용호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중앙선관위가 지난주에 대통령직인수위의 간담회요청에 대해 선관위원들의 회의를 거친 후에 선례가 없고 또 선거를 앞두고 오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간담회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간사는 “특히 지난 대선 사전투표에서 소쿠리 투표, 확진자에 대한 준비 부실 때문에 국민적 비판과 질타가 많았다”며 “꼭 저희가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지만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자 했다. 선관위가 응하지 않은 결정에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인수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과 간담회로 업무보고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해왔다. 선관위가 독립기구라 업무보고를 받을 수는 없지만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설명을 듣고자 간담회를 열자는 취지였다.
이 간사는 “6월에 (지방) 선거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강조한 뒤 최근 감사원이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선관위에 대한 감사 계획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그는 “(인수위는) 얼마 전에 감사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가 별도의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이처럼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게 선거 준비를 턱없이 부실하게 한 데 대해서 감사 여부를 물었는데, 감사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감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21일 선관위원 회의를 열고 사전 투표 부실 관리 사태 수습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총괄단장에 조병현 선관위원을 선임했다. 판사 출신인 조 위원은 국회 추천 몫 3명(여 1·야1·여야 합의 추천 1명) 가운데 여야 합의로 임명된 비상근 선관위원이다. 조 위원은 그간 노 위원장 사퇴 시 위원장 대행 또는 후임 위원장이나 현재 공석인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후보로 거론돼왔다. 노 위원장이 그런 조 위원에게 이번 사태 수습을 맡기며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21일 성명서를 내고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대선 사전 투표 부실 관리 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 사퇴하라”면서 “거부 시 탄핵 소추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행안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지난 19일 노 위원장의 사퇴 반대 성명을 내자 야당에서 탄핵 소추 가능성을 꺼낸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굳이 간담회를 열지 않더라도 이미 조병현 선관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 선거관리혁신위원회를 구성, 지난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간담회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